어느 레지스탕스 위조범의 생애·공간 인간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 국가는 어떻게 무너지는가 = 피터 터친 지음. 유강은 옮김.
수학과 인류학 분야의 저명한 학자인 저자는 엘리트의 과잉생산이 사회의 몰락을 초래한다는 흥미로운 학설을 제기한다.
책에 따르면 프랑스와 영국의 100년 전쟁, 영국의 장미전쟁, 미국의 남북전쟁, 중국의 태평천국의 난 등은 전형적으로 엘리트가 늘어나면서 발생한 전쟁이다.
가령, 장미전쟁 기간을 거치며 영국의 엘리트 귀족은 그 이전 시대에 견줘 4분의 1로 줄었다. 이는 오랜 기간 내전과 영국과의 100년 전쟁에 시달리면서 귀족 수가 4분의 1로 줄어든 프랑스와 비슷하다. 장미전쟁과 100년 전쟁 후 영국과 프랑스 사회는 상당 기간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했다. 엘리트가 크게 줄면서다.
현대의 위기도 엘리트 계층이 늘어난 측면이 있다. 미국의 경우, 천만장자는 1983년대 6만6천가구(이하 인플레이션 조정치)에 불과했는데, 2019년에는 69만3천가구로 10배 넘게 증가했다. 반면 미국의 중위소득은 1976년 5만2천621달러에서 2016년 6만3천683달러로 2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저자는 "대중의 궁핍화와 엘리트 과잉생산, 그리고 이로 인해 생겨난 엘리트 내부의 충돌이 점차 우리의 시민적 응집성을 훼손하고 있다"며 "이런 국민적 협력 의식이 사라지면 국가는 내부에서부터 순식간에 썩는다"고 지적한다.
생각의힘. 424쪽.
▲ 어느 레지스탕스 위조범의 세계 = 사라 카민스키 지음. 이세진 옮김.
아돌포 카민스키는 2차대전 당시 쥘리앵 켈레르라는 가명으로 레지스탕스에 가담해 여권과 신분증, 문서를 위조해 1만명이 넘는 사람들을 살려냈다. 이렇게 살아난 이들은 대부분 어린이였다.
카민스키의 위조 작업은 나치가 패망하고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도 계속됐다. 교사이자 사진가로 활동하면서 남몰래 제국주의 프랑스에 맞서 싸우던 알제리인, 혁명의 불길이 타오르던 남미 여러 나라의 망명자들을 도왔다.
카민스키가 만든 위조 여권으로 덕택에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건졌다. 카민스키는 이렇게 30년 동안 쫓기는 사람들, 내몰리는 사람들, 목숨이 경각에 달린 사람들을 위해 헌신했다.
딸인 저자가 아버지의 위험천만한 인생을 책에 담았다.
빵과장미. 272쪽.
▲ 공간 인간 = 유현준 지음.
피라미드, 도서관, 콜로세움, 수도교, 공장 등 기존에 없던 새로운 건축물이 등장하면서 사람들의 생활 양식과 사회 모습은 달라졌다.
신전이나 성당이 만들어지면서 종교 권력이 생겼고, 극장·경기장이 들어서면서 관람 문화가 나타났다. 엘리베이터 발명은 초고층 빌딩이 즐비한 거대 도시의 밑거름이 됐다.
건축가인 저자는 책에서 공간과 사회가 영향을 주고받으며 진화하는 모습을 면밀히 살핀다.
을유문화사. 3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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