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청주박물관, 고대 거울 조명한 '거울, 시대를 비추다' 展
평남 칠실총 출토 철 거울 첫 공개…이건희 기증품 한자리에
(청주=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출근하기 전, 화장할 때, 옷매무새를 다듬을 때…. 오늘날 일상에서 거울은 빼놓을 수 없는 필수품이다.
그러나 옛사람들은 어땠을까.
구리와 주석을 녹여 만든 거울은 특별한 사람만 가질 수 있는 것이었고 흙이나 돌, 납으로 비슷한 모양의 물건을 만들어 의례에 사용했다.
그 자체로 귀하게 여겨 천에 담아 보관하거나, 깨진 조각을 재활용하기도 했다.
옛사람들의 삶과 문화가 오롯이 담겨 있는 거울이 한자리에 모였다. 21일부터 국립청주박물관에서 여는 특별전 '거울, 시대를 비추다'의 주인공으로서다.
신적인 존재와 소통한다고 여긴 샤먼이 가진 거울부터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이 수집한 다양한 형태의 거울까지 총 321점을 모은 전시다.
김시영 학예연구사는 20일 열린 간담회에서 "시대와 지역을 넘어 다양한 거울에 담긴 고대인의 삶과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전시"라며 '고대 거울의 백화점'으로 소개했다.
고대의 거울은 청동, 즉 동경(銅鏡)이 가장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전시에서는 다양한 재질과 형태, 무늬가 돋보이는 거울을 폭넓게 다룬다.
백제 한성 도읍기(기원전 18년∼475년) 왕성으로 확실시되는 풍납토성에서 출토된 토경(土鏡), 경주 월지에서 발견한 납으로 만든 둥근 판 등이 소개된다.
흙이나 돌로 만든 거울은 의례에 쓰기 위한 상징적 용도로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완전한 형체를 갖추지 못한 조각들도 전시장 한편을 차지하고 있다.
깨어진 거울 즉, '파경'(破鏡)으로 불리는 조각들이다. 오늘날에는 부부나 커플이 헤어지는 것을 의미하지만 과거 사람들은 깨진 부분도 함부로 버리지 않았다고 한다.
전시에서는 거울을 가진 사람이 누구였는지도 찬찬히 짚는다.
과거 금속으로 거울을 만드는 일은 쉽지 않았던 만큼 특정한 사람만 가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고 지배자, 샤먼 등이 대표적이다.
박물관 측은 "거울과 방울을 가진 이들은 하늘과 인간을 이어주고, 비를 내리게 하며, 풍년을 가져왔을 것"이라며 "제사장으로서 최고의 지배자"였다고 설명했다.
백제와 신라 왕릉에서 출토된 거울은 '귀한' 물건 중 하나다.
공주 무령왕릉에서 찾은 청동거울 3점 가운데 머리 부근에서 발견된 거울은 '의'(宜), '자'(子), '손'(孫) 한자가 표면에 새겨져 있다.
두 개의 무덤이 합쳐진 형태의 경주 황남대총에서는 청동거울과 철로 만든 거울이 각각 출토된 바 있다. 전시에서는 백제의 청동거울과 신라의 철 거울을 볼 수 있다.
여러 전시품 가운데 지름 6.5㎝ 크기의 거울은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일제강점기였던 1916년 평남 용강군의 칠실총에서 찾은 철 거울은 100년 넘게 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돼 있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된다.
뒷면의 고리 부분이 기존에 많이 알려진 반구 형태와 다른 점이 특징이다.
안경숙 학예연구실장은 "기존에는 백제나 신라 유물 위주로 연구됐으나, 고구려의 철 거울이라는 점에서 연구 가치가 크다"고 설명했다.
안 실장은 "크기 자체는 작은 편이지만 제작 기법, 제작 배경, 특징 등 살펴볼 부분이 많다"며 "6월 학술 심포지엄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전시 말미에는 고 이건희 회장이 생전 모았던 다양한 거울을 보여준다.
이 회장이 국가에 기증한 금속 공예품은 총 926점이며, 이 중 거울 관련 유물이 555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 만들어진 거울 80여 점을 전시장에서 볼 수 있다.
역동적인 움직임의 용이 장식된 거울, '태양의 밝은 빛이 나니 천하가 크게 밝아지리라'는 글자가 쓰인 거울 등이 관람객의 시선을 끈다.
박물관 관계자는 "거울을 바라본다는 것은 곧 자신을 마주하는 일"이라며 "다양한 시대와 지역의 거울을 통해 옛사람의 숨결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ye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