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지정학 위기를 기회로…미 조선 재건·유럽 재무장 통큰 '베팅'
유럽 등 현지공장·지분투자 1.6조 투입…현지화로 EU 재무장 특수 노려
2035년 매출 70조원 목표 제시…"글로벌 톱티어 한 단계 더 도약"
(세종·서울=연합뉴스) 차대운 이슬기 기자 = 한화그룹의 핵심 방산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국내 역대 최대 규모인 3조6천억원의 유상증자 단행을 통해 '투자 실탄'을 넉넉하게 쌓고 해외 진출 시장을 중심으로 대형 투자에 나서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각자도생'의 안보 지형이 빠르게 형성되는 가운데 미국의 해군력 강화, 유럽의 재무장 등 지정학적 변화에 선제 대응해 장기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일 저녁 무렵 전격적으로 투자 자금 마련을 위한 3조6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깜짝 발표'했다. 이번 유증 규모는 한국 증시 역사상 가장 큰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이번 투자 계획은 K-9 자주포, 천무 등 기동무기 중심의 최우선 전략 시장인 유럽과 조선 시장에 방점이 찍힌 미국 시장을 양대 축으로 한 해외 시장을 목표로 한 것으로 분석된다.
총 3조6천억원의 투자금 가운데 가장 많은 1조6천억원을 현지 공장 설립 등 해외 지상방산 거점 투자와 방산 협력을 위한 지분 투자에 활용하기로 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력 수출품은 K-9 자주포, 천무, 레드백 장갑차 등 지상 기동무기들과 대공방어시스템, 탄약 등이다.
이들 무기의 현지 생산 체계를 갖추고 현지의 전략 파트너 대상 지분 투자 등에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유럽 내 우선 투자 대상은 이미 대규모 수출이 진행된 폴란드와 루마니아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 54문 수출 계약을 한 루마니아에 자주포 생산 기지 건설을 하기로 최근 확정한 상태다.
K-9 자주포와 다연장 로켓 천무 등 초대형 수출 '잭폿'을 터뜨린 폴란드도 현지 투자 '0순위' 지역으로 손꼽힌다.
트럼프 신정부 출범 후 유럽이 2030년까지 약 1천200조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해 재무장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역내 무기 구매를 우선하기로 하면서 한국 방산 업체의 진출에는 제약이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이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현지 투자가 우리나라 방산 최대 시장으로 떠오른 유럽 시장 진출 확대를 위한 획기적인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유럽과 중동 등에서 단순 무기 구매보다는 현지 생산 투자를 조건으로 한 협력 모델을 선호하는 만큼 현지 생산 거점 확보로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전략 경쟁 와중에 자국 해군력 증강과 이를 뒷받침할 조선업 재건에 사활을 거는 가운데 미국을 중심으로 해양방산과 조선 거점을 추가로 확보하는 데도 8천억원을 투자한다.
이미 한국의 거제 옥포 조선소-미국의 필리 조선소-싱가포르의 다이나맥 조선소를 연계한 멀티야드(Multi-Yards) 전략을 실행 중인 가운데 최근 단행한 호주 조선사 오스탈 지분투자처럼 해외 조선 시설 및 지분 투자를 통해 이 같은 전략 실행을 강화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미국의 해군력 확대 정책 및 함정 건조 계획에 따라 수상함, 지원함 시장을 중심으로 적극 진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해외 투자와 더불어 국내에도 9천억원을 투자해 국내 사업장을 글로벌 R&D 허브 및 마더 팩토리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회사 측은 세계 안보 지형의 대변화라는 도전 요인을 기회로 여기고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해 '2030년 매출 70조, 영업이익 10조원'의 목표를 이뤄냄으로서 '글로벌 톱티어' 방산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는 "성장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지속적인 이익 및 기업 가치의 증대로 이어졌던 것처럼 전략적 대규모 투자를 통해 글로벌 방산, 조선해양, 우주항공 톱 티어로 한 단계 더 도약함으로써 기업가치의 퀀텀 점프를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c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