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제정치학회 학술회의…소련 견제하려 중국에 손 내민 '닉슨 독트린'과 비슷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미국이 중국 견제를 최우선 목표로 두고 북한과 데탕트(긴장완화)에 나설 가능성이 있으며 이때 북한 비핵화는 의제에서 사실상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차태서 성균관대 교수는 20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국국제정치학회 춘계학술회의에서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빨리 종결한 후 러시아와 관계를 정상화하는 동시에 이를 고리로 북미 데탕트를 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이 냉전 시기 미국이 옛 소련을 견제하려고 중국과 관계를 개선한 '닉슨 독트린'과 비슷한 방식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봤다.
차 교수는 "중국의 유일한 조약상 동맹국인 북한을 미국 쪽으로 끌어당겨 마치 베트남처럼 일정 정도 중립화할 수 있다면, 이미 불가능에 가까운 비핵화 목표는 비록 미뤄두더라도 신냉전 지정학 경쟁에서는 큰 이득이 된다고 워싱턴이 판단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북한을 어떻게 미국의 편으로 끌어들일 것인가의 관점에서 북한 비핵화가 아닌 군비 통제 문제가 부상할 것"이라고 봤다.
트럼프 2기 출범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 협상은 거래의 논리가 지배할 것이니 현실적 대응을 모색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고명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트럼프 2기 미국은 '가치공동체'가 아닌 '이익공동체' 개념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미국의 동맹국들은 가치가 아닌 이익과 힘에 기반한 동맹관계로 전환을 빠르게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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