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군인 겸직 가능 관료직 확대…시민단체 "민주주의 위기"

연합뉴스 2025-03-20 18:00:07

법무부 등 추가되자 "군부정권 시대로 회귀 의미" 반대 시위

인도네시아 군법 개정 반대 시위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인도네시아 의회가 군법을 개정해 군인 신분으로 겸직할 수 있는 관료직을 확대했다.

이를 놓고 시민사회는 수하르토 독재 정권 시절처럼 군부 통치 체제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으로 민주주의를 무너뜨릴 수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20일 안타라 통신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의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푸안 마하라니 의장은 "이 법이 민주주의와 인권 원칙에 부합한다"고 선언했다.

법 개정에 따라 군인 신분으로 일할 수 있는 정부 기관은 현재 10개에서 14개로 늘어난다. 새로 추가된 기관은 법무부와 재난대응청, 테러방지청, 해상보안청 등이다.

또 인도네시아군이 전쟁 외에 할 수 있는 군사작전 범위도 사이버 방어와 해외 시민 보호 등으로 확대됐다.

다만 국영 기업에서 직책을 맡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은 제외됐다.

샤프리 샴수딘 국방부 장관은 "세계적인 군사 기술 변화와 지정학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군의 개혁이 필요하다"며 "우리는 인도네시아 국민의 주권을 지키는 데 실망을 안겨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네시아는 1968∼1998년 수하르토 독재 정권 당시 현역 군인이 정부 관료를 비롯해 주지사나 시장 등 직책을 맡았고, 각종 국영 기업 등에서도 일할 수 있도록 하면서 군부가 정부나 민간 기업들을 장악하게 했다.

하지만 수하르토 정권 퇴진 후 인도네시아는 민주화를 거치며 군법을 개정, 국방부와 국가정보국, 국가 마약국 등 안보나 치안, 국방 관련 직책에서만 군인들이 일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전 사위이자 수하르토 정권에서 군부 세력 핵심이었던 프라보워가 대통령이 되면서 군인들이 맡을 수 있는 관료직을 늘린 것이다.

시민사회는 법안 개정에 즉각 반대하고 나섰다. 일부 시민들은 인도네시아 의회로 몰려가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군법 개정이 군의 민간 개입을 합법화하고, 부패한 군 출신 관리들에 대한 법적 견제를 약화할 것이라며 민주주의를 위험하게 만드는 법이라고 주장했다.

안드레아스 하르소노 휴먼라이츠워치 인도네시아 선임 연구원은 성명을 통해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은 인도네시아 군이 다시 민간 업무에 개입하도록 하려는 것"이라며 "이는 과거 인권 유린과 면책 특권이 만연했던 시대로 회귀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비판했다.

우스만 하미드 국제앰네스티 인도네시아 사무총장도 "민주주의의 레드라인을 넘는 것"이라고 말했다.

laecor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