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관계악화' 방글라 국민에 의료비자 발급 대폭 줄여

연합뉴스 2025-03-20 15:00:11

의료비자, 하루 7천→1천건 이하로…인도와 앙숙인 중국엔 기회

인도 내 반방글라데시 시위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인도와 방글라데시 간 외교 관계가 악화하면서 방글라데시인에 대한 인도의 의료비자 발급이 급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방글라데시인들은 의료비가 저렴하고 벵골어가 통하는 인도를 질병 치료차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 들어 방글라데시인에 대한 의료비자 발급은 눈에 띄게 줄어든 상황이다.

지난해만 해도 인도는 방글라데시에 하루 5천∼7천건의 의료비자를 발급했지만, 최근에는 하루 1천건 이하로 줄었다.

이에 인도는 방글라데시 다카 주재 인도 대사관의 인력 부족으로 비자 발급이 지연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지난해 8월 방글라데시에서 반(反)인도 시위가 격화하자 일부 외교관과 직원들이 가족들과 인도로 돌아갔는데 이후 직원 충원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인도 정부 관계자는 "방글라데시 국민이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싶지만, 방글라데시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추가 인력을 배치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반면 방글라데시 정부 관계자는 "비자 발급 문제가 방글라데시 국민 전체를 소외시키고 있다"며 "인도가 오랫동안 쌓아 온 방글라데시의 신뢰를 잃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인도와 방글라데시는 각각 힌두교와 이슬람교가 다수 종교라는 차이가 있지만, 최우방국이었다.

방글라데시는 파키스탄으로부터 독립할 때 인도의 도움을 받았고, 독립 후에는 경제적으로 인도에 크게 의존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장기 집권하던 셰이크 하시나 전 방글라데시 총리가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유혈로 진압하다가 인도로 도피하면서 양국 관계도 달라지고 있다.

친인도 정책 노선을 펼치던 하시나 전 총리가 퇴진하자 방글라데시에서는 반인도 시위가 벌어졌고, 방글라데시 내 힌두교도가 공격받는 사례가 이어졌다.

외교 관계에서도 방글라데시는 인도에 하시나 전 총리의 송환을 요구해왔지만 인도는 이를 거부하고 있고, 인도는 방글라데시에 힌두교도 보호를 강화하라고 요구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양국 관계가 멀어지면서 인도와 앙숙인 중국이 방글라데시에서 기회를 얻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야오 원 주방글라데시 중국 대사는 방글라데시인이 치료를 위해 중국 남서부 윈난성을 방문했다며 "방글라데시인을 상대로 한 의료 관광 시장의 잠재력을 탐색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의료 관광뿐 아니라 투자 흐름도 바뀌고 있다. 하시나 전 총리 퇴진으로 방글라데시에 과도 정부가 출범한 뒤 14개 이상의 중국 기업이 2억3천만 달러(약 3천358억원)를 방글라데시에 투자했다.

또 과도정부 수반인 무함마드 유누스 최고 고문(총리격)은 오는 26일 중국 베이징을 찾아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정상회담 할 계획이다. 유누스 최고 고문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는 아직 회담하지 않았다.

자와할랄 네루 대학의 해피몬 제이컵 국제관계학 교수는 "남아시아의 전략적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며 "전통적으로 인도가 누려온 남아시아 지역 내 우위가 점점 도전받고 있으며, 중국이 주요한 플레이어로 올라서고 있다"고 말했다.

laecor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