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앞 시위자 강제해산' 상인들 반기면서도 한숨짓는 이유

연합뉴스 2025-03-20 15:00:09

조용해져 좋지만 손님 줄어들까 우려…정치색 다르다며 위협받기도

헌재 정문 건너편 1인 시위자들이 강제로 해산된 후 텅 빈 인도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경찰이 20일 헌법재판소 건너편 1인 시위자들을 강제로 해산하자 인근 상인들은 안도감과 우려를 동시에 표했다.

소란스러운 시위자들이 사라져 다행이라면서도 한편으론 강제 해산에 이은 경찰의 통행 제한 조치로 고객이 줄어들까 걱정했다.

이날 오전 10시 30분께 시위대를 가로막는 경찰을 바라보던 한 음식점 사장은 "가게 위층에서 가족과 함께 거주하는데 그동안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잤다"며 "아주 못살 것 같았는데 너무 다행이다"라고 했다.

이어 "그래도 손님은 줄 것 같다"며 "식당으로 오겠다는 사람은 경찰이 지나가게 해주는 모양이지만, 예약자 외에는 손님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바로 옆 식당 직원도 "조용해서 좋긴 한데, 시위자들이 있을 땐 그 사람들이라도 식사하러 왔다"며 "이들을 강제로 해산하는 게 장사에는 하나도 도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외국 관광객 사이에서 '맛집'으로 알려진 한 카페에는 이용객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카페 직원은 "보통 가게를 열자마자 사람들이 들어오는데, 지금은 보다시피 조용하다"며 "경찰이 점심 시간에도 관광객 통행을 제한하면 큰일인데…"라고 걱정했다.

상인들은 탄핵심판 결과가 나와 시위 분위기가 가라앉기 전까진 힘든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최근 온라인에선 헌재 인근 식당 주인들의 정치 성향을 표기한 지도까지 확산해 상인들이 피해를 봤다.

시위자들이 지도를 보고 '반대편'이라 인식한 곳에는 낮은 별점을 몰아주고 악의적 댓글을 단 것이다.

1인 시위자들이 모이는 장소에서 가까운 한 가게 직원은 "당장 어제도 시위자 한 명이 들어와 대뜸 '우리 때문에 장사가 안 되는가'라고 물었다"며 "솔직히 영향이 없진 않다고 했더니 갑자기 '가게를 밀어버리겠다'고 위협했다"고 토로했다.

이 직원은 "시위자들이 관광객들에게 소리를 지르며 위압감을 조성하기도 한다"며 "이들이 없어져서 다행이지만, 지나가는 관광객도 줄었으니 어느 모로나 힘들다"고 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그간 1인 시위를 한다고 주장하며 헌재 정문 건너편에서 사실상 다수가 모이는 집회 형태의 시위를 열어왔다.

이날 오전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게 날계란이 투척되는 사건이 발생하자 경찰은 1인 시위자 수십명을 안국역 2번 출구 앞까지 강제로 이동시켰다.

young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