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 들였지만"…광주 양동시장 주차장 3개월째 '개점휴업'

연합뉴스 2025-03-20 14:00:03

시범 운영 기간 주차장 이용한 상인들 "설계부터 잘못"

"엉터리 주차장에 손님 안 와…서구청에 손가락질" 책임론 제기

준공 3개월 지나도 개장 못한 광주 양동시장 주차장

(광주=연합뉴스) 정다움 기자 = "주민들 혈세 수백억 원으로 기껏 지었다는 게 고작 이거랍니까? 현장 한번 안 오고 책상머리에서 펜대만 굴린 행정 편의주의의 패착이죠."

20일 오전 광주 서구 양동시장에서 식기류 판매점을 운영하는 최영래(69) 씨는 3개월째 굳게 닫힌 양동전통시장 연합 공영주차장을 바라보며 혀부터 찼다.

비좁았던 시장에 주차장이 들어서면 주차난이 해소되고 덩달아 이용객이 몰릴 것으로 기대했지만, 부풀었던 꿈은 주차장 곳곳에서 하자가 발생하면서 물거품이 됐다.

좁은 시장 골목을 따라 도착한 주차장 외벽에는 시설을 폐쇄했다는 현수막만 바람에 나부꼈고, 드문드문 인근을 오가는 상인들만 심란한 표정으로 텅 빈 주차장을 바라봤다.

주차장의 유일한 출입구에는 콘크리트 덩어리를 지지대 삼은 차단 시설이 중간에 설치돼 있어 맨눈으로 봐도 차량 1대가 드나들기조차 벅차 보였다.

가까스로 차량이 주차장 안으로 들어간다고 해도 가파른 경사로가 곧바로 나타나고 회전반경도 여느 주차장보다 좁아 보여 불편이 예상됐다.

최씨는 지난 1월 시범 운영 기간 스포츠유틸리티차(SUV)로 주차장에 진입하던중 출입구가 좁아 여러번 전진과 후진을 반복한 끝에 진입할 수 있었다.

결국 최씨는 다른 차량도 주차장 진입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구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최씨에 따르면, 주차장 무료 개방 소식이 알려지면서 설 연휴 시장에는 평소보다 많은 사람이 몰렸고, 출입구에서 옴짝달싹 못 한 차들로 일대는 아수라장이 됐다.

주차할 공간이 넉넉해도 주차장 출입구를 통해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차들은 좌회전과 후진을 반복해야 했고, 결국 멈춰 선 차량이 얽히고설키면서 난장판까지 벌어졌다.

최씨는 "오도 가지도 못한 차들이 멈춰서자 차를 빼라는 운전자들 간 고성도 오갔다"며 "운전이 서툰 어르신이나 초보 운전자들을 대신해 상인들이 직접 차를 주차해주기도 했다"고 떠올렸다.

3개월째 개장 못 한 광주 서구 양동시장 주차장

과거 닭전길 상인회장직을 맡을 만큼 주변 상인들을 잘 아는 최씨는 "상인 10명이면 10명 모두 엉터리로 주차장을 지은 서구청을 손가락질한다"며 비판했다.

2년 전 주차장 설립 논의를 하는 과정에서 누구보다 시장 상황에 빠삭한 상인들의 목소리나 요구를 반영하지 않았고, 그 결과가 결국 혈세 낭비가 돼 돌아왔다는 것이다.

편도 1차선 도로 양옆에는 점포가 줄지어 들어서 있어 시장 골목은 비좁고, 이 때문에 통행이 빠르게 이뤄져야 체증이 발생하지 않는데, 주차장 입구·출구를 분리해 지었다면 통행량을 분산시켰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새로 지은 주차장의 출입구는 현재 입구·출구 구분 없이 1개로 지어졌고, 이곳으로 차량이 몰리면서 체증이 더욱 커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씨는 "이 주차장 바로 옆에는 기존 닭전길 주차장이 있는데 두 주차장을 연결하면 협소한 출입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닭전길 주차장의 출입구의 너비는 넓어 원활하게 통행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주차장을 직접 이용하고 불편함을 느낀 상인 대부분은 안일하고도 무지한 행정 처리 탓에 이러한 상황이 빚어진 것이라고 꼬집었다.

건강식품 판매점주 박모(65) 씨는 "현장을 둘러보지도 않으면서 건축 자격증 하나 없는 공무원들이 설계 도면만 본다고 뭘 알겠느냐"며 "주차난 때문에, 시장에 오기 싫다는 손님이 태반인데, 주차난 해소는커녕 불만만 키웠다"고 토로했다.

또 "주차장을 이용하다가 사고라도 나면 누가 보상할 것이냐"며 "엉터리로 지은 주차장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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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전통시장 연합 공영주차장은 부지 매입비 44억원을 포함해 총 112억원으로 지난해 12월 13일 준공됐다.

이후 시범 운영 동안 이용 불편 민원이 잇따르면서 3개월째 개장하지 못했고,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서구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보수공사를 검토 중이다.

서구 관계자는 "출입구 차단 시설의 위치를 변경하고, 좁은 회전 반경으로 인한 문제는 주차 유도선으로 해소하려고 한다"며 "주차면의 위치를 바꾸는 등의 장기적인 대안도 현재 논의 중이다"고 말했다.

dau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