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미 시높시스-앤시스 결합 조건부 승인…신고 10개월만

연합뉴스 2025-03-20 13:00:09

일부 사업 영역 자산 매각 조건…"삼성전자·SK하이닉스 피해 미연 방지"

EU·영국·일본 등에 이어 승인…미국·대만 등은 심사 중

공정거래위원회 전경

(세종=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 한국 경쟁당국이 미국 반도체 소프트웨어 기업인 시높시스와 앤시스의 기업결합을 자산 일부 매각을 조건으로 승인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시높시스가 앤시스의 주식 전부(350억달러, 약 50조원)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했다고 20일 밝혔다.

공정위는 반도체칩 전력 소비량을 분석하는 레지스터 전송 수준 전력 소비 분석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앤시스와 그 계열사가 보유한 관련 자산을 기업결합이 완료된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제3자에게 매각하라는 조건을 달았다.

광학(카메라 렌즈·자동차 헤드라이트 등) 설계와 포토닉스(빛의 미세한 파동을 활용하는 광섬유·태양광 패널 등) 설계 소프트웨어와 관련해선 시높시스와 그 계열사가 보유한 자산을 같은 기간에 매각하라고 했다.

공정위는 이같은 세 시장에서 시높시스와 앤시스의 사업 영역이 중첩된다고 분석했다.

기업결합이 승인될 경우 합산 시장 점유율은 레지스터 시장에서 60∼80%, 광학 시장에서 90∼100%, 포토닉스에서 55∼75% 등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시장지배적 지위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일방적인 가격 인상, 거래조건의 불리한 변경 등 경쟁 제한이 나타날 우려가 크다고 보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조건부 승인을 결정했다.

공정위는 두 회사가 지난해 5월 31일 기업결합을 신고한 뒤 약 10개월 만에 조건부 승인을 결정했다.

기업결합 심사 기간은 신고일로부터 30일이며 필요한 경우 90일까지 연장할 수 있다. 다만 자료 보완에 드는 기간은 심사 기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공정위는 심사 과정에서 두 회사의 반도체칩 설계 소프트웨어 등을 공급받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000660] 등 국내 12개 사업자와 애플·구글·퀄컴 등 15개 해외 사업자로부터 의견을 들었다.

아울러 유럽연합(EU)·영국·미국 등 해외 경쟁당국과도 협력해 심사했다.

현재까지 두 회사의 기업결합에 대해 EU·영국·일본 경쟁당국이 자산 매각 조건부 승인을 결정했다. 미국·중국·대만·터키 경쟁당국은 아직 심사 중이다.

이번 결합은 지난해 8월 공정거래법에 도입된 '기업결합 시정방안 제출제도'를 최초로 활용한 사례로도 기록됐다.

공정위는 두 회사가 직접 마련한 자산 매각 방안에 대해 경쟁사·고객사의 의견을 듣고 보완 사항을 수정해 최종적인 자산 매각 범위를 확정했다.

공정위 이병건 기업거래결합심사국장은 "관련 소프트웨어 시장에서의 경쟁을 보호함으로써 인공지능(AI) 반도체의 부상, 공급망 재편 등의 상황 속에서 국제적으로 치열하게 경쟁 중인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칩 사업자 등의 피해를 미연에 방지한 사례"라고 말했다.

자산 매각 조건이 미국과의 통상 문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국제기업결합은 당사국 경쟁당국과 긴밀하게 협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대한민국 시장경제 질서를 보호하는 차원으로, 경쟁 이슈이기 때문에 통상 이슈로 제기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보면 된다"고 답했다.

2vs2@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