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여파에 '일시적' 표현 꺼내든 파월…2021년 악몽 떨칠까

연합뉴스 2025-03-20 12:00:04

파월, 2021년 당시 인플레에 '일시적' 판단…2022년 공격적 금리 인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관세에 따른 물가 여파에 대해 '일시적'(transitory)이라고 평가하며 시장을 안도시킨 가운데, 2021년 인플레이션을 일시적이라고 봤던 그의 '오판'이 소환되고 있다.

파월 의장은 19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이 우리의 조치 없이 빠르게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면 때론 그런 인플레이션을 못 본 척하는 게 적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세 인플레이션의 경우에도 그럴 수 있다"고 설명했다고 블룸버그 통신 등이 전했다. 관세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일시적 현상에 그칠 가능성을 기본 시나리오로 본다고 밝힌 것이다.

연준은 이날 공개한 경제전망(SEP)에서도 올해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률 전망치를 종전 2.5%에서 2.7%로 올리면서도, 2026년도 전망치는 2.2%로 0.1%포인트 올렸고 2027년도 전망치는 종전과 같은 2.0%를 유지했다.

이는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전방위적 관세 전쟁 여파로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이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해온 시장에 호재로 작용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2021년 인플레이션이 처음으로 연준 목표치인 2%를 넘어섰을 당시, 파월 의장을 비롯한 연준 인사들이 이를 일시적이라고 평가하며 대응을 미루다가 기준금리 인상 적기를 놓쳤던 기억을 떠올리고 있다.

당시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코로나19 요인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봤지만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2022년 한때 9.1%를 넘어서자 2022∼2023년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린 바 있다.

파월 의장은 지난해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자신과 같은 견해가 많았다는 뜻으로 "'일시적' 호(號) 선박이 붐볐었다. 대다수 주류 애널리스트들과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승선했다"고 말한 바 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은 최근 인터뷰에서 "향후 연준 정책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기로 동의했지만, 실패한 '일시적 팀'(team transitory)이 다시 모여 관세보다 더 일시적인 건 없다고 생각해주길 바란다"고 밝히기도 했다.

JP모건 자산운용의 엘리스 아우젠바우는 "시장 반응을 보면, 투자자들은 관세 정책 등이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을 만들지 않고 연준이 통제 가능하다고 믿으려 한다"고 봤다.

손버그 투자운용의 크리스티안 호프만은 시장이 이를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적 신호로 받아들일 것으로 보면서 "연준이 경제나 인플레이션에 대해 명시적으로 우려하지 않으면서 주식·채권 시장이 반색했다"고 말했다.

반면 블룸버그는 뉴스레터를 통해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연준 생각보다 크다"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에 대해 진지하다면, 관세 및 보복관세에 따른 물가 압력이 경제에 퍼지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봤다.

이어 "올해 내내 물가가 오르고 인플레이션이 2.5%를 넘으면 기준금리 인하는 없고 증시는 (하방)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bsc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