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지나 터진 광양 고로쇠 수액 소비 줄어 생산자들 발동동

연합뉴스 2025-03-20 11:00:11

1월말∼3월 중순 추위에 물량 없어서 못 팔고

이달 중순 이후 생산량 증가하니 소비 심리 약해져

고로쇠 수액 채취

(광양=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 겨울 명물인 고로쇠 수액도 날씨의 심술을 피하지 못해 생산자들이 애를 먹고 있다.

늦겨울 추위가 이어지면서 바닥을 치던 채취량이 뒤늦게 늘어났지만, 제철을 놓친 탓에 판로를 고민해야 하는 처지다.

20일 전남 광양시와 광양 백운산 고로쇠약수 영농조합에 따르면 조합은 올해 설(1월 29일)을 겨냥해 지난해보다 5일 이른 1월 15일부터 고로쇠 수액을 출하했다.

그러나 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출하 초기 채취량은 예년의 30% 수준에 그쳤다.

이달 들어서야 뒤늦게 늘어난 생산량에 이제는 판로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고로쇠 수액은 늦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1월 말에서 3월 중순이 제철로 인식돼 주로 팔리고, 이 기간이 지나면 소비 심리가 약해져 잘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수액은 뒤늦게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첫물'이지만, 판매 시기상으로는 '끝물'인 셈이라고 조합 측은 전했다.

생산자, 마을, 조합 등은 단위별로 회의를 열어 판매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수액을 수매하는 농협 하나로마트에서는 1.5L 들이 12병이 담긴 1상자를 사면 1.5L 1병을 추가로 주다가 최근에는 2병을 증정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할인도 검토했지만, 내년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산자들의 판단에 증정 행사로 선회했다.

고로쇠 동동주를 만들거나 수액을 졸여서 나온 진액으로 고추장을 담그는 업체 등에라도 판매량을 늘리고 싶은 게 생산자들의 마음이다.

서상원 광양 백운산 고로쇠약수 영농조합 대표는 "며칠 춥다가도 며칠 따뜻해야 하는데 올해는 추운 날이 계속 돼 생산량이 적을 수밖에 없었다"며 "물이 너무 적게 나와서 고민하다가 이제는 채취한 수액을 팔 수가 없어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로쇠 수액은 과거 뼈에 이로운 물이라는 뜻에서 '골리수'(骨利水)로 불렸으며 도선국사가 고로쇠 수액을 마시고 무릎이 펴졌다는 설화가 전해지기도 한다.

전국 최초로 산림청 지리적 표시제에 등록된 백운산 고로쇠 수액은 2023년 93만800여L, 지난해에는 90만6천여L가 생산됐다.

sangwon7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