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가동 축소에 사고까지…에너지머티리얼즈 노사 갈등 속 직장폐쇄
에코프로·포스코 등도 실적 악화…'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 촉구
(포항=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경북 포항의 주요 산업인 이차전지와 철강 관련 기업이 대내외 악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포항시와 경제단체, 정치권 등은 특별지원과 세제혜택 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20일 지역 경제계와 포항시 등에 따르면 포항의 성장동력인 이차전지산업이 경기 악화와 수요 정체 등으로 위기를 맞았다.
포스코퓨처엠은 사업성 확보가 어렵다고 판단해 세계 최대 코발트 생산 기업인 중국 화유코발트와 포항에 1조2천억원을 들여 전구체 합작공장을 짓기로 한 계획을 지난해 9월 철회했다.
양극재 생산업체인 에코프로비엠도 올해 말까지 포항 4캠퍼스에 4천732억원을 들여 생산시설을 증설하기로 했으나 2026년까지로 미뤘다.
관련 업계는 이차전지 소재기업 가동률이 30% 안팎에 불과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본다.
2023년만 해도 영업이익을 냈던 에코프로는 연결 기준으로 지난해 3천145억원의 영업손실, 에코프로비엠은 402억원의 영업손실을 각각 기록했다.
포스코퓨처엠도 영업이익이 2023년년 360억원에서 2024년 10억원으로 급감했다.
여기에 더해 GS건설이 설립한 이차전지 재활용업체 에너티머티리얼즈는 노사 갈등 속에 18일부터 부분 직장폐쇄에 들어갔다.
하반기 본격 가동을 앞두고 시험 가동 중인 이 회사는 "일부 공정 작업 거부와 야간조 집단 태업, 전체·부분 파업 등으로 공장을 정상 가동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폐쇄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금속노조를 비롯해 노조가 "단체행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진행한 직장폐쇄는 불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 회사에서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4개월 사이에 3건의 유해 화학물질 관련 사고가 났다.
포항을 대표하는 철강산업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경기 침체와 중국산 저가 제품 공세에 더해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부과로 흔들리고 있다.
국내 2위 철강사인 현대제철은 지난해 말부터 주로 건설 현장에 사용하는 형강 제품을 생산하던 포항2공장 가동을 사실상 중단했다.
또 포항공장 기술직 1천20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과 다른 사업장 전환 배치를 신청받은 결과 약 90명이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은 지난 14일 비상경영을 선포한 뒤 전 임원 급여를 20% 삭감했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을 검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4일 포항1공장에서 20대 비정규직 직원이 작업대에서 10여m 아래 쇳물 찌꺼기(슬래그)를 받는 용기인 포트에 추락해 숨지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현대제철의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3천144억원으로 전년보다 60.6% 감소했다.
세계적 철강기업인 포스코도 고전하고 있다. 포항제철소 1제강공장이 지난해 7월 폐쇄된 데 이어 1선재공장이 지난해 11월 폐쇄됐다.
3파이넥스공장은 지난해 11월 10일과 24일 연이은 폭발·화재로 현재까지 정상적으로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포스코 매출은 37조5천560억원, 영업이익은 1조4천730억원으로 각각 전년보다 3.6%, 29.3% 감소했다.
지역 경제계 등은 이런 기업 생산설비 감축이나 투자 축소 등이 고용·인구·소득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걱정한다.
포항시, 국민의힘 김정재 국회의원(포항 북구)은 정부에 포항을 '산업위기 선제 대응지역'으로 지정해 금융·고용안정, 연구개발, 사업화 등을 지원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시는 정부 차원의 보조금 지원,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 특별법 제정, 포항경제자유구역 확장, 블루밸리국가산업단지 3단계 조성, 한국산업단지공단 공영개발 추진 등을 촉구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포항시 요청에 따라 올해 1월 25일 끝날 예정이던 포항지역의 중소기업특별지원지역 지정을 2년 연장했다.
이강덕 시장은 "여·야·정부를 막론하고 이 상황을 엄중히 받아들여 특단의 대책과 지원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김구암 포항상공회의소 사무국장은 "지역산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그 여파가 지역 소상공인까지 미치고 있다"며 "정부와 지역사회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극복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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