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존경 담긴 중복 존칭, 교사 외 의사 직업이 유일
의사, 배금주의 상징 퇴락…청년 의대생 과격행동에 인식 악화
서울대 교수들 침묵 깬 공개 비판에 국민 박수…동참 이어져야
(서울=연합뉴스) 김재현 선임기자 = '선생(先生)'은 과거 공자 등 학식이 뛰어나고 어진 성품을 갖춘 지체 높은 사람을 높여 부르는 존대어였다. 조선 초 권별이 저술한 인물사전인 해동잡록(海東雜錄)에는 '비록 벼슬이 높은 귀인일지라도 과거에 급제하지 않으면 선생이라 부르지 않고 그저 대인이라 부르는 것이 고려 때부터의 법도'라고 기록돼 있다. 그러다가 남을 가르치는 사람인 '스승'을 가리키는 말로 의미가 확장돼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 '선생' 단어 자체가 존칭이므로 뒤에 '님'을 덧붙이는 건 극존칭 격인데, 우리 사회에선 교사 외에 유독 의사 뒤에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따라붙는다. 판·검사는 물론이고 같은 의료 직군인 약사와 간호사, 심지어 대통령 뒤에도 안 붙이는 '선생님'을 의사에게만 붙이는 이유는 뭘까.
일본 국민들이 과거 개화기 때 의사들의 희생과 헌신에 대한 존경심에서 직업 뒤에 '선생님'이란 존칭을 붙여준 것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유력하지만, 어찌 됐든 우리 국민들 사이에서도 의사를 예우하고 존경하는 정서가 '선생님'이란 단어에 담겨있다고 봐야 한다.
▶ 그런데 언제부턴가 의사가 존경은 고사하고 돈을 밝히는 사람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사회 전반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의사라고 손쉽게 돈 벌고 호화롭게 살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직분을 망각한 집단 이기주의가 사회가 용인하는 선을 넘었기 때문일 것이다.
병원에 두고 온 환자를 걱정하는 대신 "더 죽어야 정신을 차린다"고 저주를 퍼붓는 전공의와 학생들의 극악한 모습에 '그래도 선생님들인데' 하는 일말의 기대마저 사라지고 있다. 의사를 악마화하지 말라며 1년 넘게 투쟁을 외치는 그들을 향해 국민들은 "사명감 따윈 없느냐"고 되묻고 있다.
▶ 서울대 의대 교수 4명이 전공의, 의대생을 향해 "면허만 믿고 너무나 오만하다"고 공개 비판하고 나섰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 최고의 지성이라는 서울대 교수들이 침묵을 깼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그간 서울대 교수들이 국민에게 비친 모습은 동반 사직 운운하다 슬쩍 약속을 뒤집는 기회주의적 행태와 학생 눈치나 살피는 비겁한 침묵,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환자와 국민들에게 "아직도 참스승이 있다"는 희망의 울림이 이어지는 이유일 것이다. 용기를 낸 '의사 선생님'들의 메시지가 힘을 얻기 위해선 나머지 대다수의 동참이 필요하다. 비난과 조롱의 화살이 쏟아지는 황량한 벌판에 선 그들을 외롭게 내버려 두지 않길 바란다.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