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번역본 첫 출간…"샬럿의 가장 페미니즘적인 소설"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19세기 영국 빅토리아시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꼽히는 샬럿 브론테(1816∼1855)가 1849년 발표한 소설 '셜리'(전 2권)가 국내에 처음으로 번역 출간됐다.
'셜리'는 산업혁명이 진행되며 공장의 기계화에 박차를 가하던 1811년 영국 요크셔 지역을 배경으로 두 여성 캐럴라인 헬스턴과 셜리 킬더의 삶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가난한 사제인 숙부의 손에 자란 캐럴라인은 소심하고 온화한 인물이다. 캐럴라인은 사업가인 로버트 무어에게 호감을 품고도 마음을 드러낼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로버트 역시 캐럴라인을 마음에 두고 있으면서도 사업이 어려움에 놓인 처지 때문에 선뜻 마음을 표현하지 못한다.
방직공장을 운영 중인 로버트는 기계 설비를 도입해 생산성을 높이려 하지만, 그로 인해 공격에 시달리고 재정적인 위기에 몰린다. 기계에 밀려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놓인 노동자들이 기계를 파괴하는 '러다이트 운동'의 표적이 된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 부유한 집안 상속녀인 셜리가 오랫동안 비워 뒀던 요크셔의 저택에 나타난다.
자유분방하고 적극적인 성격인 셜리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놓인 로버트를 선뜻 도와주고, 캐럴라인의 따뜻한 마음을 알아보고 금세 가까운 사이가 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셜리와 로버트가 사랑에 빠졌다는 소문이 마을 사람들 사이에 돌고, 로버트를 사랑하던 캐럴라인은 이 소문에 깊은 상처를 입는다.
'셜리'는 국내에선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영국에서는 널리 사랑받았다. 작가가 1847년 '제인 에어'로 엄청난 인기를 얻은 후 발표한 작품으로 출간할 때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주인공의 이름 셜리는 영국에서 과거엔 주로 남성 이름으로만 쓰였으나 이 소설의 인기에 힘입어 이후 여성 이름으로도 널리 쓰이게 됐다. 소설 속 셜리는 외동딸로 태어나 부모님이 남성적인 이름을 지어줬다는 설정이다.
셜리는 경제적으로 자유로운 데다 자기 미래를 스스로 결정하는 주체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인물로 그려진다. 캐럴라인은 가부장적인 숙부 아래서 자라 다소 경직되고 소심한 성격이지만, 셜리와의 우정을 통해 차츰 자기가 원하는 것을 쟁취하려 노력하는 인물로 성장한다.
샬럿 브론테 전기를 쓴 작가 린달 고든은 "'셜리'는 샬럿 브론테의 가장 페미니즘적(的)인 소설"이라며 "19세기 초의 인물인 셜리는 후대의 페미니스트와 비교해도 너무나 선구적인 인물이며, 독립성과 경제적 수단, 지성을 모두 갖춘 여성의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은행나무. 1권 468쪽, 2권 4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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