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기 트라우마가 미치는 영향…'관계의 뇌과학'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 연결 본능 = 페터르 보스 지음. 최진영 옮김.
"환자분의 가슴에 자몽만 한 크기의 종양이 있습니다."
병원 응급실에서 깨어나 의사에게 들은 말이었다. 저자가 20살 때였다.
림프종이었는데, 다행히 치료를 잘해 5년 만에 완치됐다.
완치 판정을 받고 5년 후 첫 아이를 안았다. 아이의 눈은 평범하지 않았다.
"따님은 다운증후군입니다. 우선 아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 행복을 만끽하세요."
딸을 진단한 의사의 말이었다. 초반에는 슬펐지만, 병원에 다니고 아이를 돌보면서 슬픔은 사라졌다고 한다.
부모가 아픈 자신을 돌봤듯이 저자는 딸을 돌봤다.
호주의 한 호스피스 간호사가 쓴 책에 따르면 죽어가는 사람들은 가족과 시간을 더 많이 보내지 못한 것, 감정을 충분히 표현하지 못한 것, 친구들과의 관계를 잃어버린 것 등을 가장 후회했다고 한다.
행복감과 함께 실패와 우려, 걱정이 뒤섞인 복잡다단한 인생에서 "우리가 붙잡을 수 있는 건 관계뿐"이다. 그리고 관계를 결정하는 건 상당 부분 호르몬이다.
네덜란드 생물심리학자인 저자는 테스토스테론, 코르티솔, 옥시토신과 같은 호르몬이 인간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주로 연구해왔고, 그 결과를 책에 담았다. 저자는 생물학, 진화심리학, 뇌과학, 사회학을 아우르는 다양한 연구를 바탕으로, 우리가 서로 의존하는 존재임을 설명한다.
그는 현대 사회에서 돌봄과 연대는 종종 간과되지만, 실제로는 우리의 건강과 행복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라고 주장한다. 아울러 부모와 자녀, 친구, 연인, 동료 관계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를 포용하는 공동체적 삶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의존성은 인간의 본질적인 특성이다. 우리 모두가 한때 아기였던 것처럼, 수정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타인의 돌봄에 의존한다. 바로 이 돌봄이 우리를 연결한다…우리의 호르몬 시스템은 수백만년에 걸친 진화의 결과로써 이런 연결을 가능하게 한다."
시크릿하우스. 396쪽.
▲ 관계의 뇌과학 = 니콜 르페라 지음. 이현 옮김.
우리가 왜 끊임없이 타인을 갈망하면서도 관계에서 상처받고 외로움을 느끼는지 설명한 책이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저자는 생애 초기 애착 경험과 정서적 상처가 뇌의 신경 회로와 신경전달 물질 분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이는 성인이 된 후 인간관계에도 영향을 준다고 주장한다.
그는 유년기의 트라우마가 단지 심리적 경험에 그치지 않고 뇌의 편도체, 전두엽, 그리고 자율신경계에 흔적을 남기며 이러한 신경·생리적 변화는 인간관계에서 반복적인 패턴으로 발현된다고 강조한다.
마인드셀프. 4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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