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 아들 마주한 어머니의 심리는…김선영의 '그의 어머니'

연합뉴스 2025-03-20 00:00:21

7년 만에 연극 출연…"대본 보고 또보고…계속 공부 중"

김선영, 뛰어난 연기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10대 아들이 하룻밤 새 3명의 여성을 강간했다. 아들이 사실상 가택 연금된 상황에서 언론은 수년 전 학교에서 있었던 일까지 들춰내 보도하고 집 밖에는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다. 사방에서 비난이 쏟아지지만, 어머니는 아들이 형량이 낮은 청소년범죄로 처벌받을 수 있도록 애쓴다. 어머니는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아들을 어디까지 지키고 옹호할 수 있을까.

국립극단이 4월 2∼19일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국내 초연하는 연극 '그의 어머니'는 끔찍한 현실에 맞닥뜨린 어머니의 맹목적인 모성애를 그린 작품이다.

범죄자의 어머니인 브렌다역은 출연하는 작품마다 주연 못지않은 조연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배우 김선영이 맡았다. 2019년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으로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조연상을, 2021년 영화 '세자매'로 백상예술대상과 청룡영화제 여우조연상을, 2023년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로 대종상 여우조연상을 받는 등 드라마와 영화에서 바쁘게 활동해 온 김선영은 이번 작품으로 2018년 '낫심' 이후 7년 만에 연극에 출연한다.

몰두한 김선영

19일 서울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연습실에서 만난 김선영은 7년 만의 연극 출연에 대해 "2∼3년 전부터 좀 더 깊이 시간을 갖고 공부를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드라마·영화) 촬영을 하다 보니 '내가 이러다 바닥나겠구나' 하는 두려움이 있었어요. 연극은 반복해서 베스트를 뽑아내야 하는 작업이라 반복해서 그만큼의 에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정말 폭풍이 휘몰아쳐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함이 있어야 하죠. 그 단단함을 갖기 위해서는 훈련해야 하는데 그 훈련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2∼3년 전부터 했어요. 그래서 때를 노리고 작품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마침 국립극단에서 제의가 왔고 공연 시기도 다른 스케줄이 아직 없었을 때였죠. 무조건 한다고 했죠. 또 작품을 보니 너무 압도적인 분량이라 공부를 안 할 수가 없는 작품이기도 했죠."

명연기 펼치는 김선영

연기 데뷔 30년 차인 그에게도 범죄를 저지른 아들을 바라보는 어머니는 단순하게 설명하기 힘든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만큼 쉽지 않은 역할이다.

김선영은 "공연 날짜가 2주밖에 남지 않았는데 아직도 후반부 대사를 보면서 이걸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면서 어려움을 털어놨다.

"하룻밤에 여성 3명을 강간한 미성년자 아들을 대하는 여자가 겪는 갈등, 아들을 비난하는 마음, 연민, 내가 (자식을) 잘못 키웠나 하는 죄책감, 숨겨진 비밀이 있지 않을까 싶어 뭔가 끈을 잡고 싶은 마음, 세상이 왜 이렇게 욕을 하지 하는 억울함, 이런 감정과 생각에 대해 아직도 공부하는 중이에요. 연극은 결국 문학이고 대본에 답이 있는데 정답은 알 수 없어서 대본을 하염없이 보고 또 보고 공부를 계속하고 있어요. 이렇게 공부했으면 서울대를 갔을 텐데(웃음)…."

인사말 하는 류주연 연출

김선영이 '그의 어머니'를 선택한 데는 오랜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류주연 연출가에 대한 신뢰도 크게 작용했다. 두 사람은 1999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연·무대분야 인력 양성과정인 공연예술아카데미에서 처음 만났다. 이후 2007년 연극 '경남 창녕군 길곡면'에서 연출가와 배우로 호흡을 맞추는 등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류주연 연출은 "김선영 배우는 이성과 감성을 모두 균형 있게 겸비한 배우이자 엄청난 노력형"이라면서 과거 일화를 소개했다,

최자운 다독이는 김선영

"공연예술아카데미 시절 공연을 하면서 김선영 배우가 70대 유모 역할을 맡았어요. 주인공도 아니고 가장 작은 역할이었는데도 연습을 많이 했어요. 학교 화장실에서 혼자서 할머니가 걷는 모습을 연습하더라고요. 당시 20대 초반이 70대 걸음걸이 연습을 한 거죠. 결론은 공연 발표 때 교수들이 모두 김선영 배우만 칭찬했고 저도 거기에 공감했어요. 이번에 같이 하면서 엄청난 노력형이라는 것도 느꼈죠. 능력도 있는데 노력까지 하니까 이길 수 없어요."

연극에서 다루는 가해자 부모의 시각은 공감하기가 쉽지 않은 소재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류주연 연출은 "고통을 바라보는 인식의 지평이 넓어지고 있는 것 같다"면서 "피해자 부모의 마음에 대해서는 엄청 고통스럽고 끔찍하겠구나 상상하게 된다면 가해자 부모에 대해서는 바라보는 사람도, 부모의 입장도 아주 난처하다"면서 "상상하기 힘든 그 심리를 쫓아가서 파헤쳐보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zitro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