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안전망 구축안' 두고 "의사에 위헌적 특혜" 비판도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권지현 기자 = 정부의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을 두고 시민단체 사이에서 거센 비판이 나왔다.
환자들은 개혁안 중 의료사고 특화 형사체계 개선안에 대해 "의사에게 위헌적 불기소 특혜를 주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19일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는 ▲ 지역 2차병원 육성 ▲ 비급여·실손보험 개혁 ▲ 의료사고안전망 구축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를 앞두고 보건의료단체연합 등 40여개 단체가 참여하는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성명을 냈다.
본부는 "지역·필수의료 붕괴 문제 해결을 위한 핵심인 공공의료 확충, 공공의사 양성과 배치 국가 책임과 같은 내용이 없다"며 개혁안을 "의료 민영화, 영리화 방안"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고 파면을 앞둔 지금 대통령 직속 기구가 적극 활동하는 것 자체가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며 정책 추진 중단을 요구했다.
홍석환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시장 실패로 촉발된 의료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공공의료 중심의 의료개혁이 제시돼야 하는데 공공병원 설립 계획도 없고, 실손보험 개혁은 보험사 이윤 개선을 위한 조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개혁 추진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발표안 중 의료사고안전망 구축방안에 대해서는 의사에게 위헌적 특례를 주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정부가 규정한 '중대한 과실'의 범위가 협소해 대부분의 의료사고는 단순과실에 의한 것으로 분류된다"며 "과실이 없는 경우에는 의료진 소환을 생략하고 불기소 처분할 수 있겠지만 단순과실에까지 불기소·형 감면 특혜를 준다면 위헌적인 특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기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위원장 또한 "공적예산으로 보험료를 지원하며 형사 특례를 주는 것은 의료인에 대한 특혜"라며 "의료사고 입증 책임을 의료인에게 전환하고 의료 감정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강화하면서 수사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의료계에선 불기소 처분의 조건으로 책임보험 가입을 전제한 것에 대한 불만이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료계 인사는 "모든 의료인과 기관에 책임보험 가입을 강제하고 보험료를 부담하도록 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우리나라는 건강보험료를 강제 징수하고 의료인이 보험 진료를 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불가피한 의료 부작용과 피해에 대한 보상도 공공의료를 운영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급여·실손보험 개혁안과 관련, 관계자들은 오남용되는 비급여를 관리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모두 동의했지만, 보장성 약화 등을 우려했다.
안상호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대표는 "그동안 무분별하게 과잉 이용되던 일부 비급여를 통제하고 환자 선택권을 보장, 합리적 이용을 가능하게 해서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산정특례 등록질환 외에도 진료비 부담이 높은 질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산정특례 등록환자만을 중증질환자로 구분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보험사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의료계 인사는 "오남용 비급여 관리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보험사는 상품을 잘못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득을 보게 되는 것인데, 혜택을 받는 만큼 책임도 같이 져야 형평성에 맞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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