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시장 이마모을루, 전날엔 학사학위 취소로 피선거권 박탈
에르도안 장기 집권에 유리할 전망…도로봉쇄·SNS 차단, 리라화 폭락
(서울·이스탄불=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김동호 특파원 = 튀르키예의 유력한 대권 잠룡 중 하나인 에크렘 이마모을루(54) 이스탄불시장이 19일(현지시간) 테러 연루 혐의로 체포됐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라이벌로 입지를 굳힌 야당 정치인이 전격 체포되면서 에르도안 대통령의 장기집권 체제가 더욱 공고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아나돌루 통신, TRT하베르 방송, 일간 사바흐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날 오전 이마모을루 시장, 레술 엠라 샤한 시슐리시장, 마히르 폴라트 의회의원 등 제1야당 공화인민당(CHP) 소속 정치인들을 포함한 총 7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이스탄불검찰청은 테러조직으로 지정된 쿠르드족 분리주의 무장단체 쿠르드노동자당(PKK), 그리고 PKK의 정치조직 쿠르드사회연맹(KCK) 등을 지원한 혐의로 이들에 대한 구금영장이 발부됐다고 설명했다.
작년 3월 31일 치러진 지방선거 때 PKK·KCK 등이 이스탄불 등 대도시에서 활동을 확대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는데, 이 과정에서 이마모을루 시장 측이 이들 테러조직과 연계된 인민민주회의(HDK)와 동맹을 맺은 것으로 조사됐다는 것이다.
검찰은 또 이마모을루 시장이 사업가들로부터 금전을 수수한 의혹도 있다며 그를 포함해 약 100명의 용의자를 범죄조직 연루, 뇌물수수, 갈취, 사기, 개인정보 불법취득 등 죄목으로 붙잡아 수사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는 전날 이마모을루 시장의 모교 이스탄불대학교가 30여년 전 발급된 그의 학사 학위를 취소하면서 대통령선거 출마 기회를 사실상 봉쇄한 직후 이뤄진 것이다.
튀르키예에서는 대학 졸업장이 있어야만 대통령 피선거권이 부여된다.
이마모을루 시장은 오는 23일 예정된 CHP 당내 경선에서 대선후보로 선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마모을루 시장은 그간 유력한 대권 잠룡 중 하나로 꼽혀왔으며, 작년 3월 지방선거 때 튀르키예 '정치 1번지'로 꼽히는 이스탄불에서 시장 재선에 성공하면서 에르도안 대통령의 22년째 장기 집권에 맞설 최대 라이벌로 발돋움했다.
이에 따라 최근 수년간 여러 건의 사법 리스크에 휘말려왔던 이마모을루 시장은 이번 체포로 2028년으로 예정된 차기 대선을 포함해 향후 정치 행보에서 재차 고비를 맞게 됐다.
이마모을루 시장은 경찰의 자택 수색 당시 엑스(X·옛 트위터)에 영상을 올려 "경찰관 수백명이 집앞에 도착했다. 문을 두드리며 우리집을 수색 중"이라면서 "나는 내 조국을 믿는다"고 현장 상황을 중계했다.
외즈귀르 외젤 CHP 대표는 이날 성명에서 "튀르키예는 다음 대선에 대한 쿠데타 시도에 직면했다"며 에르도안 대통령과 집권 정의개발당(AKP)을 향해 이 일을 해명할 것을 요구했다.
튀르키예 당국은 이같은 움직임과 맞물려 반대 시위가 일 것을 대비해 4일간 집회를 금지하고 이스탄불 주요 도로를 봉쇄했다.
또한 이마모을루 시장 체포 직후 튀르키예에서는 19일 현재 엑스,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을 포함한 소셜미디어 접근이 차단됐으며, 현지에 체류하는 한국 교민들도 접속 장애로 불편을 겪었다.
이날 오전 튀르키예 리라(TRY) 환율은 달러당 36.7리라 수준에서 한때 40.5리라까지 치솟는 등 통화가치가 폭락하기도 했다.
d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