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 항구 매각에 시진핑 격노…협상카드로 쓰려다 무산?

연합뉴스 2025-03-19 13:00:06

4월 2일 본계약 체결 예정…강한 불만 표출했지만 매각 중단 어려울 듯

트럼프와 시진핑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홍콩에 본사를 둔 CK허치슨홀딩스(長江和記實業有限公司)가 파나마 운하 항구 운영권을 미국 기업 블랙록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에 매각키로 한 데 대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격노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진핑이 격노한 이유 중 일부는 CK허치슨이 매각 전에 미리 베이징의 승인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WP는 설명했다.

시진핑 지도부가 당초 파나마 항구 문제를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에서 협상카드로 이용하려고 구상하고 있었으나 매각 추진 발표로 이런 구상이 무산됐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의 17일 보도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반독점 기구인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 등을 통해 CK허치슨의 해외 항만 사업 매각 거래에 보안 위반이나 반독점법 위반 등이 있는지 여부를 조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중국 당국은 지난주에 관영매체 홍콩 대공보(大公報)의 논평을 통해 "국가 이익과 민족의 대의를 경시하는 일이며 전체 중국인을 배신하고 팔아넘긴 것", "미국이 협박, 압박, 회유 등 비열한 수단을 통해 다른 나라의 정당한 권익을 착복한 패권적 행위" 등 강한 표현을 써가며 이번 매각 추진을 비난했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말부터 파나마 운하의 운영권을 미국이 되찾아야 한다는 주장을 강하게 펴 왔으며,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이번 매각 거래를 미국과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 경쟁에서 미국의 승리라고 자랑하고 있다.

파나마 운하 내 해군기지에 정박한 미국 해안경비대 함정

파나마 운하는 1914년에 완공된 이래 미국이 관리하다가 1999년에 파나마에 관리권을 넘겼으며, 파나마 정부는 운하 양 끝에 있는 항구 2개의 운영권을 1990년대에 경쟁입찰을 거쳐 홍콩에 본사를 둔 '허치슨 왐포아'에 맡겼다.

허치슨 왐포아는 2015년 청쿵(CK·長江) 그룹과 합병해 현재의 'CK허치슨홀딩스'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이 회사는 홍콩 재벌 리카싱(李嘉誠)이 창업한 청쿵 그룹의 주력 회사다.

CK허치슨은 지난 4일 파나마 운하 항구 운영사 지분 90%를 포함해 중국·홍콩 지역을 제외한 전 세계 23개국 43개 항만사업 부문 지분 등 기타 자산을 블랙록 컨소시엄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거래 규모는 228억 달러(약 33조2천억원)다.

CK허치슨은 블랙록과 우선협상을 벌이고 있으며 본계약 체결은 4월 2일로 예정돼 있다. 본계약 체결 후 매각이 확정되려면 CK허치슨 주주들과 파나마 정부 등의 승인도 받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그간 이 사안에 공식 입장을 표명하지 않던 중국 당국이 대놓고 불만을 표출하면서 당국이 거래를 무산시키거나 더 나은 조건으로 협상하도록 CK허치슨을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CK허치슨이 중국 본토·홍콩 이외 지역에서 매출의 90%를 내는 점, 중국 당국이 이번 거래를 막을 직접 권한이 없는 점, 내수·부동산 침체 때문에 리카싱 일가의 부동산 부문 기업인 CK에셋홀딩스를 통해 조치를 취하기도 어렵다는 점 등에서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칠 카드는 적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진핑이 불쾌감을 표현하고는 있지만 4월 2일 본계약을 막기는 어려우리라는 관측이다.

solat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