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전시
(청주=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수채화는 학창 시절 미술 수업 등을 통해 대중적으로 친숙한 미술 장르다. 하지만 그 자체로 완전한 작품으로 평가되기보다는 습작이나 드로잉처럼 유화 작품을 위한 전 단계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에서 21일 개막하는 '수채: 물을 그리다' 전은 이런 수채화를 하나의 완전한 작품으로 주목하는 자리다. 미술관이 수채화만 모아서 여는 첫 전시로, 전시작 중 20여점은 미술관에 소장된 뒤 처음 수장고에서 나왔다.
유화 작품이 유명한 이중섭, 박수근, 장욱진 같은 화가들부터 특히 수채화에서 뛰어난 작품 세계를 보여준 이인성, 서동진, 조각가 류인과 문신까지 국내 미술가 34명의 수채화 100여점을 모았다.
장욱진의 수채화 '마을'에서는 마을과 집, 사람들의 모습을 오밀조밀하게 그려 넣은 풍경을 볼 수 있고 박수근의 수채화 '세 사람'에서는 작가 특유의 인물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이중섭은 흐르는 물이나 바다를 수채물감으로 재현하곤 했다. '물놀이하는 아이들'은 두께감 있는 크라프트지 위에 검정 펜으로 드로잉하고 연한 하늘색 수채물감으로 폭포의 물줄기를 표현했다. 펜과 수채물감이 만나며 자연스럽게 물 속 같은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수없이 선을 긋는 '묘법'의 작가 박서보가 종이에 수채물감을 이용해 만든 대형 작품도 소개한다. 수성 물감으로 흠뻑 적신 한지 위를 손가락이나 뾰족한 나무 등으로 긁으며 표면에 요철을 만든 작업이다.
최초로 수채화 전시를 열었던 서동진,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처음으로 수채화로 입선한 손일봉, 16세 때 '세계아동예술전람회'에서 수채화로 특선했던 이인성 등 수채화단의 대표적인 작가들 작품도 여럿 소개된다. 서동진의 1929년작 '역구내'와 1932년 이인성이 조선미술전람회에서 특선을 받았던 '카이유' 등이 이번 전시에 나왔다.
전시와 연계해 청주관 2층에 있는 '보이는 수장고'에서는 수채를 사용해 작업하는 전현선의 작품 '나란히 걷는 낮과 밤'이 전시된다. 15폭으로 구성된 대형 작품으로, 캔버스 조합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미술관이 처음으로 수채화만 선별해 선보이는 전시"라며 "숙련되기 이전의 작업으로 여겨지는 수채화를 독립적이고 완전성을 갖춘 장르로 정립하고자 기획했다"고 소개했다.
전시는 9월 7일까지. 유료 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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