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CEO "스크립트 없다" 2시간10분간 '원맨쇼'…AI 칩 로드맵 제시
"슈퍼볼과 차이점, 모두가 승리자"…NYT "단순한 학술행사에서 탈바꿈"
(새너제이[미 캘리포니아주]=연합뉴스) 김태종 특파원 = "지난해 GTC가 인공지능(AI) 우드스톡(축제)이었다면 올해는 AI의 슈퍼볼(Super Bowl of AI)입니다"
18일(현지시간) 오전 10시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SAP 센터. AI 칩 선두 주자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연례 개발자 회의 GTC 2025 기조연설을 위해 무대에 올랐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트레이드 마크인 검은색 가죽 잠바와 캐주얼한 검은색 바지를 입은 모습 그대로였다.
황 CEO는 무대에 오르자마자 "정말 놀라운 한 해"라며 "여러분과 나눌 놀라운 이야기들이 많다"고 2시간여 동안의 기조연설 시작을 알렸다.
이날 열린 황 CEO의 '입'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2022년 11월 챗GPT로 시작된 AI 열풍의 지속 여부가 그의 입에 달려 있던 셈이었다.
황 CEO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무대에 오른 것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5에 이어 불과 2개월여만이었다.
그러나 이번 행사는 최근 미국 경기 침체 우려 속에 뉴욕 증시가 조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월스트리트는 엔비디아발 또 한 번의 '트리거'(촉매제)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 기대를 반영하듯 미국 내셔널 아이스하키리그(NHL) 경기장인 SAP 센터에는 1층 무대 앞은 물론, 3층까지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찼다.
이날 황 CEO의 기조연설을 보기 위해 3시간 전부터 SAP 센터는 북적거렸고 긴 줄이 이어졌다. 이날에만 1만7천여명이 SAP 센터를 찾았다. 주최 측은 이번 주까지 열리는 이번 GTC 2025에는 2만5천명이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하루 300∼400달러 하던 인근 호텔은 최고 1천800달러까지 급등하는가 하면, 주차비도 40∼50달러로 껑충 뛰었다.
황 CEO는 해마다 커지는 GTC를 의식하듯 "지난해 GTC가 AI 우드스톡이었다면 올해는 AI의 슈퍼볼"이라고 스스로 칭했다.
슈퍼볼은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인 프로미식축구리그(NFL)의 챔피언 결정전이다. 슈퍼볼이 미국 최대 스포츠 이벤트인 것처럼 올해 GTC 업계 최대 이벤트라는 것이다.
그는 "이 행사에 더 많은 사람을 수용하려면 개최 도시인 새너제이를 더 크게 만들어야 할 것 같다"고 농담을 던지며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실제 슈퍼볼과) 유일한 차이점은 이 슈퍼볼에서는 모두가 승자(everybody's a winner)라는 것"이라며 웃었다.
이날 황 CEO는 최신 AI 칩인 블랙웰 이후 2028년까지 선보일 차세대 AI 칩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했다.
또 제너럴 모터스와 협력해 차세대 자동차, 공장, 로봇에 AI를 활용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기조연설 마지막에는 디즈니가 개발 중인 로봇이 등장했다. 엔비디아가 디즈니, 구글 딥마인드와 함께 로봇 개발을 위한 오픈 소스 '물리 엔진'을 개발 중이라는 점을 알리기 위해서다.
황 CEO의 이날 기조연설은 2시간 10분간 동안 진행됐다.
다른 대형 기술 기업들의 행사에서 부문별 임원들이 무대에 올라 발표하는 것과 달리 황 CEO의 기조연설은 지난 1월 CES 2025, 지난해 GTC에서처럼 '원맨쇼'였다.
황 CEO는 "스크립트도 프롬프트도 없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엔비디아가 'AI의 슈퍼볼' 개최했다"며 "연례 개발자 회의를 단순한 학술 행사에서 AI의 미래를 주도하는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중요한 행사로 탈바꿈시켰다"고 평가했다.
GTC 2025를 앞두고 지난 10일 106.97달러에서 지난 14일 121.67달러까지 상승했던 엔비디아 주가는 이틀째 하락했다. 이날 주가는 3.4% 내렸다.
taejong7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