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불러줘도 주가 올랐는데…사라진 젠슨 황 효과?

연합뉴스 2025-03-19 11:00:02

자율주행차 개발 지원 발표에도 GM 주가 떨어져

AI 칩 로드맵 발표날 엔비디아 주가도 3.4% 하락

(서울=연합뉴스) 주종국 기자 = 한마디 언급만으로도 기업 주가를 급등시켜 '미다스의 손'으로 불린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약발이 다한 듯하다.

블룸버그통신은 1년 전만 해도 공개석상에서 협력업체의 이름만 거론해도 주가가 크게 뛰어 주식시장에서 킹메이커 지위를 누리던 젠슨 황이 그 힘을 잃었다고 19일 보도했다.

인공지능(AI) 열풍이 한창이던 1년 전 엔비디아가 주최하는 연례 개발자 회의 GTC에서 황 CEO가 고객사와 협력업체를 언급하자 그 효과로 델 테크놀로지스, 시놉시스 등 관련 기업 주가가 크게 올랐다.

하지만 18일(현지시간) 같은 콘퍼런스에서 엔비디아가 제너럴모터스(GM)의 자율주행 차량 개발을 지원할 것이라고 황 CEO가 밝혔는데도 오히려 GM 주가는 뚝 떨어졌다.

장중에 1.7%까지 떨어진 GM 주가는 이후 소폭 회복해 전날 대비 0.7% 하락한 수준에서 마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전쟁이 경제 전망을 어둡게 하는 가운데 주식 시장이 약세 분위기로 변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특히 AI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언제쯤이면 그 보상이 나타날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져 기술주들의 하락 폭이 큰 편이다.

존스트레이딩의 마이클 오루크 수석 시장 전략가는 "이런 상황은 거시적 환경과 시장 심리를 잘 대변하고 있다"면서 "작년에는 AI와 관련해서 시장이 많이 흥분했지만 올해는 훨씬 더 신중해졌고 따라서 매도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AI 선도주로 불리는 엔비디아 주가도 최근 많이 떨어졌다. 지난 2년간 기술 대기업들의 관련 산업 투자 급증으로 주가가 크게 올랐으나 올해 들어서는 성장성에 대한 우려가 번져 약세로 돌아섰다. 18일에도 GTC에서 AI 칩 로드맵을 발표했지만 주가는 3.4% 떨어졌다. 1월 고점 대비로는 20% 이상 하락했다. 시가총액도 8천억 달러 이상 사라졌다.

잭스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브라이언 멀버리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예전과 같이 반짝이는 맛이 없다"면서 "오늘 젠슨 황이 연설했지만 뭘 사고 싶을 정도로 획기적인 소식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황 CEO는 이날 새로운 6G 네트워크를 위한 'AI 네이티브' 무선통신 하드웨어를 만들면서 T-모바일, 시스코시스템즈 등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역시 투자자 반응은 시원찮았다. T-모바일 주가는 거의 변동이 없었고 시스코는 1% 하락했다.

황 CEO 발언 때문에 주가가 떨어진 업체도 있다.

자율주행 시스템 제조업체인 모빌아이 글로벌은 황 CEO가 GM과 협력한다고 발표하자 시장점유율 하락을 우려해 장중에 6.7% 급락했고, 결국 3.5% 하락한 가격에 마감했다.

sat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