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 마케팅실장 오지윤 "스포츠 마케팅 새 역사 쓰고파"

연합뉴스 2025-03-19 10:00:11

"후원금 800억원 유치는 도전적 목표…공격적 마케팅은 필연적"

"적극적 마케팅 위해 제도적 개선 필요…체육회 가치 높일 것"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 스폰서십 소개하는 오지윤 실장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대한체육회 마케팅실의 총괄 책임자로 발탁된 오지윤(46) 실장은 대한민국 스포츠 마케팅의 역사를 새롭게 쓰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오지윤 실장은 19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체육회의 재정 자립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유승민 회장이 내건 후원금 800억원 유치가 도전적인 목표이지만,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기업 유치를 끌어내는 데 견인차가 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오 실장은 마케팅 강화를 위한 제도적 개선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체육회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일조하겠다는 각오도 덧붙였다.

지난 1월 14일 제42대 대한체육회 수장에 선출된 유승민 회장은 체육회 예산 규모가 4천400억원에서 2천951억원 규모로 크게 줄어들자 마케팅실을 신설, 마케팅 파트에서 능력을 발휘한 오 실장을 총괄 책임자로 앉혔다.

대한체육회가 입주한 올림픽회관 전경

다음은 오 실장과의 일문일답.

-- 신설된 마케팅실 총괄 책임자를 맡은 소감은.

▲ 유승민 회장님의 새로운 비전 아래 신설된 마케팅실을 이끌게 돼 큰 책임감을 느낀다. 대한체육회는 국민에게 자부심을 주고 감동을 선사해왔지만, 스포츠 마케팅 부문에서는 조금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유 회장님이 마케팅에 두는 높은 관심과 기대에 걸맞게, 그리고 대한민국 스포츠 마케팅이 선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종전 마케팅 조직과 마케팅실의 차별점은.

▲ 과거 스포츠마케팅사업단이 2023년부터 2024년까지 사무 부총장 직속의 2년간 운영된 한시 조직이었다면 신설된 마케팅실은 정식 기구로 회장 직속이다.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신속한 의사 결정과 실행이 가능한 체계를 갖춘 게 가장 중요한 변화다. 이를 바탕으로 체육회 전체의 브랜드 가치 제고와 수익 창출을 위한 통합적인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당시의 오지윤 실장

-- 체육회 예산 감소로 후원금 800억원 유치 목표를 세워놔 부담이 있을 텐데.

▲ 과거 4년간 스폰서십 수입이 140억여원이었기 800억원은 분명 도전적인 목표다. 하지만 자생적으로 발전을 꾀하기 위해선 마케팅에 대한 관심과 적극적 도전이 필요하다. 공격적인 마케팅은 체육회가 나아가야 할 필연적인 방향이기도 하다.

회원종목단체, 시도체육회 등과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시장의 파이를 키우려고 한다. 이를 위해 체육회의 브랜드 자산을 전략적으로 관리하고, 굿즈 제작, 디지털 마케팅 및 콘텐츠 제작도 할 계획이다. 부담이 크지만, 유승민 회장님의 리더십과 영향력, 마케팅실의 지원이 조금만 더 확충되면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목표라고 생각한다.

-- 대한체육회는 후원 계약에 제약 요건이 많은데.

▲ 대한체육회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헌장을 따르면서 국내에선 기타공공기관이기에 국가계약법을 준용해야 한다. IOC나 다른 선진국 국가올림픽위원회(NOC)에선 기금보다는 자체 수익으로 운영이 되다 보니 구조적으로 차이가 있다. 해외에선 후원사 유치에 비공개 협상을 하지만 우리는 공정성을 위해 공개 입찰을 해야 한다. 후원사가 스폰서십을 통해 매출을 증대할 수 있는 비즈니스적 프레임이 국내에선 수의계약 특혜로 간주하는 게 대표적 차이다.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위해 제도적으로 개선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문화체육관광부, 국회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통해 풀어나가도록 하겠다.

-- 유승민 회장의 마케팅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데.

▲ 지난 한 주 동안 회장님이 기존 후원사 관계자분들을 직접 만났다. 회장이 직접 후원사를 방문한 건 처음이고, 대표님들에게 지속적인 후원 참여를 요청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실 놀랐다. 유승민 회장님의 직접적인 참여와 헌신은 대한체육회 마케팅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회장님이 지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발로 뛰면서 최전선에서 체육회의 가치를 알리고 있다.

-- 마케팅 파트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 어린 시절부터 스포츠를 좋아했지만, 결정적 계기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이었다. 전 국민이 하나 돼 응원하는 모습과 그 과정에서 기업들의 스포츠 마케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목격하면서 '스포츠는 단순한 경기가 아닌, 사회적 가치와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하는 강력한 플랫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대학 졸업 후 금융권에서 일했지만, 스포츠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은 열망이 늘 있었다. 연세대 스포츠레저학과에서 석사 과정을 밟았고, 졸업과 동시에 대한체육회에서 근무하게 됐다. 운이 좋게 첫 부서가 마케팅사업단이었다.

2024 파리 올림픽 때 코리아하우스 실무 총괄로 활동한 오지윤 실장

체육회 입사 후에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 마케팅국 스폰서십 팀장을 하면서 86개 기업과 스폰서 계약 체결을 위한 협상, 다양한 구성원들과 협업, IOC와의 커뮤니케이션 등을 통해 많이 배우고 네트워크를 확장할 수 있었다.

-- 2019년 1년 과정의 IOC 마케팅 파견 근무가 도움이 됐나.

▲ IOC에서 조직위와 206개국의 NOC를 경험하면서 새로운 관점으로 볼 수 있었다. 세계 최대 스포츠 이벤트를 이끄는 국제기구의 마케팅 시스템을 내부에서 경험하며 글로벌 스탠더드를 체득할 수 있었다. 각국 전문가들과 협업하며 글로벌 마인드와 소통 능력을 키울 수 있었다. 이런 경험이 소중한 자산이 됐다. 특히 글로벌 스탠더드를 국내 상황에 맞게 적용하고, 장기적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 마지막으로 체육회에서 이루고 싶은 꿈은.

▲ 가장 큰 목표는 '스포츠의 가치가 정당하게 인정받는 생태계 조성'이다. 대한체육회가 세계적 수준의 브랜드 가치를 갖춘 조직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 또 지속 가능한 재정 자립 기반을 구축하겠다. 장기적으로는 체육회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다양한 수익 모델을 개발해 정착시키겠다. 아울러 선수와 지도자 등 스포츠인 모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 컨설팅, 공동 마케팅 프로그램을 통해 전체 스포츠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

유승민 회장님의 리더십과 비전, 체육회 모든 구성원의 열정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스포츠 마케팅의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