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때문에 말만 혹사" 부산 마주들 영천 경마장 '보이콧'

연합뉴스 2025-03-19 10:00:04

만장일치로 결의안 통과…레저세 감소 타격 부산시도 "재고 요청"

경마장(부산 렛츠런파크)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내년 개장 예정인 국내 4번째 경마장인 경북 영천경마공원이 부산·경남 경마공원 소속 경주마를 이용하기로 하자 마주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부산경남경마공원마주협회는 지난 16일 열린 정기총회에서 내년부터 영천경마장에서 열리는 경마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결의안을 176명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고 19일 밝혔다.

이들은 이동 시간만 3시간 걸려 말의 건강에 좋지 않고 말 수송 과정에서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다며 원정경마(권역형 순회 경마)를 반대했다.

신우철 부산경남경마공원마주협회장은 "마사회랑 몇차례 접촉은 있었지만, 협의가 아닌 정해진 걸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수준이었다"며 "한국 경마가 시작된 이후 지금 가장 큰 위기인데 운영할 능력도 안 되면서 정치적인 논리로 또 4번째 경마장을 짓고 경주마를 부산에서 빌려 쓰는 게 말이 되는 이야기인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마사회는 2026년 개장 예정인 경북 영천경마장에 별도의 경주자원(경주마)을 두지 않고 부산·경남 경마장(렛츠런파크 부산경남) 소속 경주마를 이동해 경마를 실시하는 마사회 기본 계획을 지난해 12월 확정했다.

마주들은 부산 강서구에서 경북 영천시까지 이동하는 데만 3시간가량 소요되는데 경주마들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는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마주 김진영씨는 "말은 경기 한번을 뛰면 길게는 두 달 가까이 쉬어야 할 정도로 체력 소모가 큰데 거기에 이동까지 더하면 말이 제대로 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회복도 못 한다"며 "말이 차량에 탑승하면 스트레스를 받아 10㎏ 이상 체중이 빠진다"고 말했다.

이들은 1년에 200억~300억원가량의 레저세가 감소하는 부산시와 경남도의 합의도 우선이라고도 말했다.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은 지난해 부산시와 경남도를 찾아 한차례 레저세 감소에 관해 설명했지만 사실상 통보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 관계자는 "결정된 상황을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자리였다"며 "부산·경남 경주를 줄이지 말아 달라고 공식적으로 마사회에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마사회는 마권 발매 총액의 10%를 지자체에 레저세로 납부하게 돼 있는데 과거 경북도가 영천 경마장을 유치할 당시 30년간 레저세를 절반만 받겠다고 약속했다.

이 때문에 마사회는 영천에서 경주가 많이 열릴수록 수익이 많이 남는 구조다.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실은 "마사회가 수익 극대화를 위해 경북·영천과 마사회가 이익을 나눠 갖는 꼼수를 부린 것"이라고 꼬집었다.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은 "경마 산업이 역성장에 접어들기 전 이미 영천 경마장 건립이 확정돼 되돌리기 어려웠다"며 "지역사회와의 폭넓은 소통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향후 유관기관과의 적극적 소통과 협조를 통해 부산·경남 지역사회 기여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handbroth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