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7년 동명 애니메이션 실사화…익숙한 이야기·캐스팅 논란은 '넘어야할 산'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거울아, 마술 거울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 누구지?"
"왕비님도 아름답지만, 더욱 아름다운 분이 있습니다. 누더기도 그 아름다움을 가릴 수 없습니다."
"그것이 누구냐."
"입술은 장미처럼 붉고 머리는 밤하늘보다 검으며 피부는 눈처럼 새하얗습니다."
"백설 공주…!"
1937년 디즈니의 첫 장편 애니메이션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는 왕비가 마술 거울에 묻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새엄마인 왕비는 예쁜 백설공주를 질투해 누더기를 입히고 하녀 일을 시키지만, 백설공주(Snow White)라는 이름처럼 그의 하얀 피부와 붉은 입술은 여전히 아름답다.
88년 뒤 동명의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실사영화로 재탄생시킨 영화 '백설공주'는 다른 길을 간다. 백설공주는 백인이 아닌 라틴계 배우 레이철 제글러가 맡았으며, 백설공주라는 이름은 하얀 피부가 아닌, 눈이 오는 날 태어났다는 의미로 붙여졌다.
19일 개봉하는 영화 '백설공주'는 원작 애니메이션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백설공주 탄생에 관한 이야기를 새롭게 만든 것에 더해 외면보다는 내면의 아름다움을 강조한 점이 대표적이다. 원작 애니메이션에서는 거울이 가장 아름다운 사람으로 백설공주를 꼽은 이유가 외모였지만, 영화에서는 내면이다.
이에 따라 백설공주와 왕비(갤 가도트)의 갈등은 '외모 대결'보다는 각자가 대변하는 가치의 대립으로 이어진다. 식량을 백성들과 나눠야 한다는 백설공주와 이를 독차지하는 왕비의 대립이 그렇다. 백설공주는 공정, 진실, 담대함, 용기라는 덕목을 역설하지만, 왕비는 이를 구식이라고 치부한다.
다양성을 강조한 점도 눈에 띈다. 백설공주를 맡은 라틴계 제글러를 비롯해 흑인, 아시아인 등 다양한 인종이 등장한다. 일곱 난쟁이로 나온 일곱 광부 외에 왜소증을 가진 도적단 단원도 나온다.
뮤지컬의 면모도 강조된다. 영화 시작부터 결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노래와 군무가 나온다. 뮤지컬 영화 '위대한 쇼맨'과 '알라딘'의 음악 작업에 참여한 벤지 파섹과 저스틴 폴이 이번 영화를 위해 새롭게 곡을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백설공주가 왕비에 의해 위험에 빠지고 일곱 광부(난쟁이)를 만나 위기를 극복해간다는 원작의 큰 틀은 유지했다. 백설공주의 목숨을 위협하는 독사과 등 원작의 팬이라면 반가워할 부분도 있다.
다만 큰 틀에서 이야기가 유사한 점은 약점으로도 지적된다. 이야기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노래와 안무 외에 관객의 눈을 붙들 만한 요소가 부재해 보이는 점이 아쉽게 느껴질 수 있다.
백설공주 역의 제글러를 둘러싼 논란도 변수다. 캐스팅 단계부터 일부 디즈니 팬과 보수 진영에서 새하얀 피부를 가진 백설공주에 그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반발이 나왔으며, 이에 제글러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백설공주 역할을 위해 내 피부를 표백하진 않을 것"이라고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이어져 왔다. 국내 관객들이 새로운 백설공주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연출은 영화 '500일의 썸머',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등을 만든 마크 웹 감독이 맡았다.
그는 "'백설공주'를 새롭게 선보임으로써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이 시대를 반영할 기회가 주어졌다"며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비추고 우리가 꿈꾸는 세상의 모습까지 담아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109분. 전체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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