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대권 잠룡' 이스탄불시장 학위 취소…출마 막히나

연합뉴스 2025-03-19 05:00:03

에크렘 이마모을루 이스탄불시장

(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튀르키예의 유력한 대권 잠룡 중 하나로 꼽혀온 제1야당 공화인민당(CHP) 소속 에크렘 이마모을루 이스탄불시장의 학사 학위가 18일(현지시간) 취소됐다.

튀르키예 현행법에 따르면 대학 졸업장이 있어야만 대통령선거 출마 자격이 부여된다는 점에서 그의 대권 도전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마모을루 시장의 모교인 이스탄불대학교는 이날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1990년 경영학부로 편입한 졸업생 28명의 학적에 명백한 오류가 있다며 졸업·학위증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마모을루 시장도 취소 대상에 포함됐다.

그는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이스탄불대학교 이사회의 결정은 불법적"이라며 "이같은 결정을 내릴 권한은 경영학 학부 이사회에만 있다"고 반발했다.

이어 "이런 결정을 내린 사람들이 역사와 정의 앞에서 책임을 질 날이 다가온다"고 주장했다. 이마모을루 시장은 학위 취소에 항의하는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현지 일간 사바흐는 "이번 결정으로 이마모을루 시장은 대통령 출마 기회를 잃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튀르키예 검찰은 이마모을루 시장이 대학 졸업장을 부정하게 취득했다는 제보, 이와 관련한 교육당국의 보고서 등을 토대로 의혹을 수사해왔다.

이마모을루 시장은 원래 1988년 북키프로스의 아메리칸대학교(AUC)에 입학했다가 1990년 이스탄불대학교로 편입했다.

앞서 이스탄불대학교는 공식 발표된 편입학 전형에 따라 이마모을루 시장이 등록한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편입 시기 튀르키예 교육당국이 공인하는 교육기관에 AUC가 포함돼 있지 않았다는 지적이 추가로 제기되며 논란이 이어졌다.

이마모을루 시장은 이달 초 검찰에 출석해 자신에 대한 수사가 대선 출마를 방해하려는 정치적 동기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CHP는 학위 조사 결과와 관계없이 이마모을루 시장이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작년 3월 지방선거 때 튀르키예의 '정치 1번지'로 꼽히는 이스탄불에서 시장 재선에 성공하며 집권 정의개발당(AKP)을 이끄는 에르도안 대통령에 맞설 라이벌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정치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사법 리스크'를 겪고 있다.

그가 2019년 6월 이스탄불 시장 선거에서 승리하자 AKP는 이의 제기를 통해 선거 결과를 무효로 뒤집었다.

얼마 뒤 재선거에서 이마모을루 시장이 더 큰 표 차로 AKP 후보를 따돌리고 승리했지만, 이때 자신의 당선을 무효로 판단한 사람들을 '바보'라고 말했다는 이유로 공무원 모욕죄로 기소돼 2022년 1심에서 2년 7개월 징역형을 받았다.

향후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이 확정될 경우 이마모을루 시장은 피선거권 박탈 등 정치 활동 금지로 대선 출마도 물거품이 된다.

d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