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금고'서 환히 빛나는 금관총 금관…63년 만의 독일 나들이

연합뉴스 2025-03-19 00:00:15

국립중앙박물관, 드레스덴박물관연합과 '백 가지 행복…' 특별전

삼국시대 토기·도자·한복 등 소개…25년 만에 독일서 대규모 전시

'황금의 나라, 신라'의 새날개모양 관장식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나뭇가지나 사슴뿔을 닮은 모양에 화려한 장식이 주렁주렁 달린 신라 금관은 그 자체로 신비롭다.

독특한 형태와 섬세한 세공 기술은 비슷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

지금까지 발견된 신라 금관은 총 6점. 그중에서 1921년 찾은 금관총 금관은 '황금의 나라' 신라의 실체를 처음 알린 유물로 의미가 남다르다.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유산인 금관총 금관이 독일 현지를 찾았다. 1962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한국 국보전' 이후 63년 만의 독일 나들이다.

'황금의 나라, 신라' 전시 부분

국립중앙박물관은 독일 드레스덴박물관연합(SKD)과 함께 드레스덴 레지덴츠 궁에서 '백 가지 행복, 한국문화 특별전'을 선보인다고 18일 밝혔다.

독일의 대표 문화거점으로 꼽히는 드레스덴에서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자리다.

약 1천500년 전 가야와 신라의 토기부터 고려청자, 조선백자, 궁중 복식 등 총 185건 349점의 유물로 한국 문화와 역사를 다채롭게 보여준다.

박물관 관계자는 "1999년 독일 에센과 뮌헨에서 열린 '한국 고대 왕국-무속, 불교, 유교' 이후 25년 만에 대규모로 독일에서 여는 한국문화 특별전"이라고 소개했다.

삼국시대 토기 및 기와 전시 '풍요와 안식' 부분

전시는 레지덴츠 궁의 1·2층 공간에서 열린다.

아우구스트 2세(재위 1694∼1733)가 조성한 곳으로 바로크 건축의 정수를 보여주는 공간인 2층 대의전실에 들어서면 궁중 혼례복이 관람객을 맞는다.

이곳에 있는 9개의 방에서는 한국 문화를 주제별로 나눠 조명한다.

한복을 주제로 한 '기쁨의 색채' 공간은 넉넉한 품과 유려한 곡선이 매력인 한복 저고리를, '풍요와 안식' 공간에서는 삼국시대 토기와 기와를 소개한다.

조선시대 불교미술 전시 '자비의 약속'

고려청자에서 분청사기, 백자로 이어지는 우리 도자를 모은 공간도 마련했다.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 유족이 기증한 배 모양 토기, 기린 장식 청자 향로 등도 관람객의 시선을 끈다.

박물관 측은 "각 시대를 대표하는 작품을 통해 오랜 역사의 흐름에서 만들어진 다각적인 한국 문화의 멋을 느낄 수 있도록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여러 전시품 가운데 하이라이트는 단연 신라 금관이다. 국보 '금관총 금관 및 금제 관식'과 '금관총 금제 허리띠'는 성 1층에 있는 신그린볼트박물관 특별전시관에서 소개된다.

한복을 주제로 한 '기쁨의 색채' 전시 부분

약 55㎡ 규모의 공간에서는 금관총 금관과 새 날개 모양 관꾸미개, 귀걸이, 팔찌 등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박물관 관계자는 "'녹색 금고'라는 뜻의 그린볼트는 아우구스트 2세가 자신의 애장품을 간직했던 공간"이라며 "특별전 속 특별전으로 보면 된다"고 귀띔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드레스덴박물관연합의 소장품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소속 박물관인 라이프치히 그라시민족학박물관은 조선의 외교 고문을 지낸 묄렌도르프(1848∼1901)가 수집한 물품을 비롯해 2천여 건의 한국 문화유산을 보유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조선시대 병풍 전시 '행복한 삶'

관람객들은 그라시민속박물관이 소장한 '곽분양행락도'(郭汾陽行樂圖) 병풍과 '백수백복도(百壽百福圖)' 자수 병풍, 갑옷, 무기 등 10점의 유물을 둘러볼 수 있다.

조선 후기에 복을 기원하는 그림으로 널리 유행했던 '곽분양행락도' 병풍은 국내에서 제 모습을 찾은 뒤, 독일 현지에서 처음으로 공개해 의미가 크다.

김재홍 국립중앙박물관장은 "한국 문화의 아름다움이 행복한 미소를 선사할 것"이라며 "이번 전시가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를 증진하는 데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8월 10일까지.

드레스덴 성(레지덴츠 궁)

ye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