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우리가 노력해야 할 것은 궁극적으로 영웅도 악당도 있는, 그저 평범한 나라로 취급받는 것이다. 그래야만 이스라엘 혐오가 종식될 수 있다."
영국 매체 '주이시 크로니클' 편집장인 제이크 월리스 사이먼스는 최근 출간한 '이스라엘을 위한 변명'(님로드)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혐오가 반유대주의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주장한다. 다소 과격한 주장처럼 들리지만, 저자는 촘촘한 논리 전개로 독자들을 설득해 나간다.
로마 제국의 팔레스타인 정복 이후 유대인들은 '예수를 팔아넘긴 자'라는 종교적 낙인과 함께 서구 사회에서 박해와 차별을 받아왔다. 이후 나치 독일의 '홀로코스트'로 인해 반유대주의는 더는 통용될 수 없는 이념이 됐지만, 그 감정은 다른 방식으로 변화해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졌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사라졌던 반유대주의를 가장 먼저 꺼내 든 것은 소련이었다. 냉전 시대 소련은 미국과 가까워진 이스라엘을 비난하며 아랍 국가들을 지원했고, 국가보안위원회(KGB)를 통해 이스라엘이 인종차별 국가라는 '흑색선전'을 확산시켰다. 이런 이념적 공작은 서구의 좌파 진영과 결합해 '이스라엘 혐오'라는 새로운 형태의 반유대주의로 탄생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9.11 테러 사건을 기점으로 반유대주의가 이슬람 극단주의와 결합했다고도 주장한다. 특히 무슬림 형제단과 하마스, 알카에다와 같은 이슬람 무장 단체들은 유대인과 서구 사회에 대한 음모론을 통해 이스라엘을 '악마화'하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적으로 반유대주의 정서를 증폭시키고 있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그는 또 서구 좌파 진영의 이스라엘 혐오가 영국 노동당 대표였던 제러미 코빈에 의해 촉발됐다고 고발한다. 코빈을 비롯한 영국의 좌파 정치인들은 2015년 팔레스타인 지지를 내세우며 이스라엘을 '제국주의적 식민 국가'로 규정했다.
이를 시작으로 서구 대학가에서 젊은 세대들이 '정체성 정치'와 '사회 정의' 운동을 지지하면서, 이스라엘을 '억압자'로 묘사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팔레스타인은 '피해자'라는 프레임이 강화하면서 유대인 학생들과 교수들은 대학가에서 점점 더 고립되기 시작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물론 이스라엘이 모든 면에서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스라엘 또한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이웃 국가들과의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문제는 유독 이스라엘에만 모든 비난이 집중되고, 이런 경향이 결코 반유대주의와 무관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처럼 반유대주의에 뿌리를 둔 이스라엘 혐오는 중동 지역의 갈등을 오히려 격화시키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책은 이스라엘에 대한 혐오를 멈추는 것이 중동의 평화를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스라엘과 아랍국가들이 서로에 대한 낡은 편견과 오래된 증오를 거둬야만 중동의 평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이스라엘을 다른 국가들처럼 '평범한 국가'로 여기는 국제적 인식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양욱 옮김. 250쪽.
hy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