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기후변화에 해답이 있다…신간 '지구는 답을 알고 있었다'

연합뉴스 2025-03-19 00:00:14

지구는 답을 알고 있었다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우리는 엄청난 양의 석탄, 가스, 석유를 태울 뿐만 아니라 공기에서 다량의 질소를 추출하고 땅에서 인을 추출한다. 다시 말해 우리는 지구에 지속적인 흔적을 남기고 있다."

노르웨이의 세계적인 지질학자 레이다르 뮐러는 최근 출간한 '지구는 답을 알고 있었다'(애플북스)에서 현재 지구의 기후 변화가 과거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주장한다. 과거에는 수만 년에 걸쳐 기후 변화가 이뤄졌지만, 현재는 불과 200년 만에 급격한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인간 활동으로 지구 시스템이 얼마나 빠르게 변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저자는 현재와 같은 속도로 기후 변화가 지속될 경우 100년 이내에 기원전 5천600만년부터 3천390만년까지 이어졌던 에오세(Eocene) 시기의 기후로 돌아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에오세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현재보다 4배 높았고, 평균 기온도 10도 이상 높아 북극에 악어가 살았던 시기다.

최근 몇 년간 북반구 곳곳에 기록적인 한파가 몰아친 것도 속도가 붙은 지구온난화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저자는 북극의 기온이 20도 이상 높아지면서 찬 공기가 더는 북극에 갇혀 있지 못하고 중위도까지 밀려 내려와 발생한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급격한 기후 변화 탓에 지구가 따뜻해지는 데 한파를 겪는 아이러니가 발생하는 것이다.

저자는 불확실한 기후 변화의 시대에 대비하려면 과거의 기후에서 답을 찾아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구가 겪었던 수많은 기후 변화 사례가 현재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기원전 5천500만년경 수만 년에 걸쳐 지구 온도가 10도 이상 상승한 '최대 온난기'(PETM) 시대를 거론한다. 당시 대량의 온실가스가 방출되면서 지구 온도가 급격히 상승했고, 생태계에 큰 변화를 초래했다. 저자는 지난 2020년 시베리아 북서부 영구 동토층에서 발견된 거대한 분화구가 과거 최대 온난기를 초래했던 '온실가스 폭탄'과 같은 징후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지구 온도가 2도 이상 상승한 12만5천년 전처럼 해수면이 상승해 인류를 위협할 수 있다고도 말한다. 당시 그린란드와 서남극의 빙하 일부가 녹아 해수면이 지금보다 6∼9m 상승하면서 영국 런던의 템스강에는 하마가 서식했다. 저자는 지구 온난화를 멈추지 못하면 십수만년 전처럼 인류의 생존 터 대부분이 물에 잠길 것이라고 경고한다.

황덕령 옮김. 352쪽.

hy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