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도 말맛'으로 찌르는 유쾌한 풍자…"웃음 너머 생각했으면"

연합뉴스 2025-03-18 19:00:13

서울시극단 '코믹' 28일 개막…독일 희곡, 사투리 더해 재탄생

배우 8명이 '퇴장 없이' 이야기 풀어내…"어수선한 시국, 편히 즐기길"

열연 펼치는 '코믹' 출연배우들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피고는 밥주걱으로 아내를 때려 고소당했습니다. 아내를 왜 때렸습니까?"

오랜 기간 한집에서 살아온 두 사람이 법정에 섰다.

'지난달 12일' 벌어진 일 때문이다. 남편은 "이것이 밥상이여? 이것이 요리당가?"라고 투덜댔고, 화가 난 아내는 "뭐라노, 주는 대로 처먹기나 해라"고 맞받아쳤다.

결국 두 사람은 이혼 법정에 서게 됐다. 그러나 다툼을 지켜 본 아들, 이웃 사람, 지인의 기억은 제각각이다. 사건은 하나, 기억은 여럿. 왜 그런 걸까.

연극 '코믹'(Com!que)의 연출을 맡은 임도완은 18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사람마다 보는 시선이 다르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위트 넘치는 연극 '코믹'

서울시극단의 올해 첫 작품인 '코믹'은 세상사를 유쾌하게 풀어낸 공연이다.

현실 풍자와 유머를 결합한 스타일로 유명한 독일 극작가 카를 발렌틴(1882∼1948)의 희곡 '변두리 극장' 속 여러 이야기를 '한국식'으로 재구성했다.

임도완 연출은 "1930년대에 쓰인 작품이라 처음 읽었을 때 재미있기는 했지만 오래된 느낌이 있었다"며 "현대로 옮기면서 각 지역 사투리를 더해 풀어냈다"고 설명했다.

무대를 여는 프롤로그를 포함해 총 10개의 이야기 곳곳에는 '말맛'이 묻어난다.

'이혼 법정'에서는 서울말과 경상도·전라도·충청도 사투리가 튀어나오고 옌볜(延邊) 말까지 등장한다. '모자 사러 왔습네다'에선 북한 말투까지 구사한다.

서울시극단 연극 '코믹' 연출한 임도완

많은 양의 대사를 완벽하게 해내기 위해 '선생님'까지 구했다고 한다.

'모자 사러 왔습네다'에서 북한 사람을 연기한 이승우는 "북한 사투리가 나오는 영화를 찾아보면서 연습한 뒤, 연극적으로 다듬는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과외를 더 받으면 '코믹'이 아니라 무서워질까 봐 다듬었습니다. (웃음)"

'이혼 법정'에서 옌볜 출신 여성을 연기한 박신혜는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는데 선생님을 구해주셔서 다행이었다"며 "코믹이지만 희화화하지 않도록 신경 썼다"고 말했다.

임도완 연출은 여러 사투리를 쓴 이유와 관련해 "서울말만 쓰면 리듬감이 살아나지 않아 재미가 없다"며 "다양한 인물 군상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극단 연극 '코믹' 연습실 공개

여러 에피소드를 마치 쇼츠(Shorts·짧은 유튜브 영상)처럼 풀어낸 점도 독특하다.

10개 이야기를 풀어내는 전체 공연 시간은 100분. 대략 계산해도 이야기 하나당 10분 남짓인 셈이다. 총 8명의 배우도 쉴 새 없이 30개의 역활을 소화해야 한다.

김신기는 "배우들의 퇴장이 없는 작품"이라고 너스레를 떨었고, 성원은 "첫 번째 에피소드를 제외하고는 다 출연한다. '꽉 찬' 작품이 될 것 같다"며 웃었다.

'코믹'이라는 제목이 주는 무게감은 없을까.

김신기는 "연습하는 동안 '웃음은 선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 와닿았다. 잘못하면 지나치고, 약하면 밋밋하고 정말 쉽지 않다. (균형을) 잘 유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임도완 의 코미디 '코믹' 연습실 공개

임도완 연출은 웃음 너머의 무언가를 함께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그는 "시국이 어수선하니 관객들이 보고 마음 편히 웃으면서 돌아갔으면 좋겠다"면서도 "이후에 '이런 부분도 있었네?'하고 떠올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무대 위에 작품을 올릴 때마다 관객들이 생경하게 느꼈으면 합니다. 관객의 머리를 '딱'하고 치는 그런 게 있으면 좋겠어요. 머리를 통해 마음까지 움직이는 작품이요."

'코믹'은 이달 28일부터 4월 2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만날 수 있다.

ye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