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이어도 인근 잠정조치수역서 갈등 발생…中 "어업용" 주장
韓 "범정부 차원 대응·단호 입장 中에 전달"…中 "양호한 소통 유지 중"
(서울·인천·베이징=연합뉴스) 강종구 이상현 전재훈 기자 정성조 특파원 = 중국이 이어도 인근 서해 한중 잠정조치수역(PMZ)에 설치한 철골 구조물에 대해 한국 정부가 조사에 나섰다가 중국이 막아서면서 양측 해경이 대치하는 일이 발생했다.
18일 한국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26일 오후 2시30분께 해양수산부 산하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조사선인 온누리호(1천422t급)를 잠정조치 수역으로 보내 중국이 무단 설치한 구조물에 대한 점검을 시도했다.
정부는 미리 해경 등에도 협조를 요청했다.
온누리호가 구조물에 약 1㎞ 거리까지 접근하자, 중국 해경과 고무보트 3대에 나눠 탄 민간인들이 온누리호에 접근해 조사 장비 투입을 막았다. 이에 대기하던 한국 해경도 함정을 급파해 현장에서 중국 해경과 2시간여 대치했다.
중국 측은 대치 당시 '시설이 양식장이니 돌아가달라'라는 취지로 말했고, 한국 측은 '정당한 조사를 하고 있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중국 측 민간인들이 작업용 칼을 소지한 상태였지만, 대치 과정에서 흉기를 휘두르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해 한중 잠정조치수역은 서해 중간에 한국과 중국의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EEZ)이 겹치는 수역의 일부로, 양국 어선이 함께 조업하고 양국 정부가 수산자원을 공동 관리한다. 항행과 어업을 제외한 다른 행위는 금지된다.
하지만 근래 중국 측이 이 수역에 직경·높이 각 수십미터 규모의 이동식 철골 구조물을 잇따라 설치하면서, '영유권 주장'의 근거를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4∼5월께 구조물 2기를 설치한 데 이어 올해 초에도 구조물 1개를 추가 설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측은 구조물들이 양식을 위한 어업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의 설치 의도와 구조물의 구체적인 쓰임 등을 주시해오던 정부 당국이 현장 조사를 실시했으나 중국 측 반발로 결국 제지된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부는 서해에서 우리의 정당하고 합법적인 해양 권익이 영향을 받지 않도록 범정부 차원에서 적극 대응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이어 "보도된 사안에 대해서도 우리 측 단호한 입장을 중국 측에 전달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외교부는 사건 발생 직후 주한중국대사관 실무 당국자를 불러 관련 사항에 대해 항의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중국 외교부는 조사 방해·위협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한중 사이에 존재하는 이견을 놓고 양국이 소통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의 해상 철골 구조물 설치와 한국 측 조사 방해에 관한 연합뉴스 질의에 "나는 구체적인 상황은 모르지만, 중한 양국의 해양 권익 주장이 겹친다(重疊)는 것은 알려줄 수 있다"고 답했다.
마오 대변인은 "양국은 해역 경계 획정 협상을 추진하고 있고, 동시에 중한어업협정(한중어업협정)에 따라 중한 PMZ에서 협력을 전개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양국 사이에 존재하는 해양 관련 이견에 대해 중한은 해양사무 대화·협력 메커니즘을 통해 양호한 소통을 유지하고 있고, 양국 해상법 집행 부문 간 소통 채널 역시 원활하다"며 "현재 황해 형세는 안정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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