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I퇴출' 美, '이오지마의 성조기' 원주민 출신 전쟁영웅 정보도 삭제

연합뉴스 2025-03-18 18:00:11

미 국방부, 홈피에서 '전쟁 영웅' 헤이스·나바호 암호통신병 페이지 지워

1945년 2월 23일 일본 이오지마섬 스리바치산 에서 성조기를 게양하는 미군들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 폐기에 적극 동참하고 있는 미국 국방부가 이번에는 홈페이지에서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북미 원주민 병사 관련 정보를 삭제했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홈페이지에서 2차대전 당시 미국과 일본 간 치열한 전투 중 하나였던 '이오지마 전투'에 참전했던 피마 인디언 부족 출신 아이라 헤이스 관련 페이지가 지워진 것으로 확인됐다. 삭제 시기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는 특히 헤이스가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보도사진 '이오지마의 성조기'에서 성조기를 꽂는 미군 중 한명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오지마섬은 당시 미국 입장에선 일본 본토 공습을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할 전략적 요충지로, 미국은 일본과 격전을 치른 후 1945년 2월 23일 이오지마 고지에 성조기를 꽂을 수 있었다.

미군들이 성조기를 게양하는 모습은 AP통신의 보도로 유명해졌고, 사진 속 미군 6명은 전쟁 영웅이 됐다. 헤이스는 그 중 한명이었다.

당시 미 국방부는 이들 병사들을 전국 투어에 보내는 등 사진의 인기를 이용해 전쟁 채권을 팔기도 했다.

여전히 이 사진에 대해서는 홈페이지에서 "미군의 용맹함을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헤이스는 이후 3편의 영화에 출연하기도 했으나 알코올 중독 등으로 고생하다 1955년 32세의 일기로 사망했다.

미 국방부는 최근까지도 홈페이지에서 헤이스를 "군에서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미국에 기여하고 희생한" 상징적인 인물로 묘사해왔다.

헤이스뿐만 아니라 다른 미 원주민과 소수민족 군인과 관련한 내용들도 다수 사라졌다.

2차 대전 중 이오지마와 태평양 전역에서 미국의 승리에 중요한 역할을 한 나바호 원주민 출신 암호통신병에 대한 기사 여러 건이 삭제됐다.

또 미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의 항복 협정의 조건을 작성한 미 원주민 토나완다 세네카 부족 출신 장교에 관한 프로필도 지금은 찾아볼 수 없다.

이 같은 움직임은 군 지휘관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 DEI 명령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이행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WP는 설명했다.

이는 특히 과거 정부의 DEI 프로그램이 나오기 수십 년 전부터 있었던 소수 민족 출신 군인의 업적에 관한 권위있는 공공 정보 출처의 일부가 사라졌다는 점에서 문제라고 WP는 지적했다.

아이라 헤이스 관련 정보를 담고 있던 미 국방부 홈페이지. 지금은 찾아볼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후 전임 조 바이든 정부의 DEI 정책을 종료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의 고위 보좌관은 지난달 메모에서 웹사이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DEI 증진과 관련한 기사와 미디어는 모두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noma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