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의대생에 일침' 서울의대 교수 "침묵하고 싶지 않았다"(종합)

연합뉴스 2025-03-18 17:00:14

"반대 목소리도 낼 수 있어야…동료 자유 억압·강제 희생 안 돼"

"정부·의료계가 의료시스템 붕괴", "서로의 자유 의지 존중해야"

의대생 복귀 비난하는 의대생·전공의 비판한 강희경-하은진 교수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더는 침묵하고 싶지 않았고, 의료계에도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어요. 이걸 통해서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자신들이 하는 행위에 대해 생각해보고, 그것으로 인해 실제 피해 보고 있는 사람들을 한 번쯤은 바라봐 주길 바랐습니다."

서울대 의과대학·병원 교수 4명(하은진·오주환·한세원·강희경)이 동료의 복귀를 막는 전공의와 의대생 등에 일침을 가한 성명의 여파 속에 맨 앞에 이름을 올린 하은진 중환자의학과 교수는 18일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반대 목소리도 낼 수 있어야 하지 않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하 교수는 "복귀를 강요하는 게 아니라 한쪽의 생각만 옳다고 얘기하면 안 된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고 성명을 발표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들은 전날 '복귀하는 동료는 더 이상 동료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분들께'라는 성명을 냈다. 최근 건국대 의대생 일부가 "수업 복귀자는 동료로 간주하지 않겠다"는 입장문을 내는 등 복귀 저지 움직임이 노골화한 것과 무관치 않다.

하 교수는 예상된 비난을 감수하고도 성명을 발표한 것은 개인의 자유의사를 존중하지 않는 분위기가 옳지 않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적잖은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충분히 숙고하지 못한 채 사이버불링(온라인 집단괴롭힘)이나 왕따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내몰린다"며 "하고 싶으면 하는 것이고 안 하고 싶으면 안 할 수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또 "정부가 미운 것도, 잘못한 것도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잘못된 행동을 계속해도 되느냐"며 "우리 의료 시스템을 정부와 의료계라는 두 축이 붕괴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가 망가지면 우리 모두 망가지는 것"이라고 했다.

오주환 국제보건학·보건정책학 교수 역시 전공의와 의대생 개인의 자유의사를 억압해선 안 된다며, 의료계도 다양한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일단 모두의 자유가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한 게 성명을 발표한 결정적 이유"라며 "(강경한) 의대생·전공의들이 (복귀를 원하는) 동료들의 자유를 억압하는 경우가 있지 않으냐. 강제로 희생을 만드는 그런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돌아왔거나 이제 돌아오고 싶은 전공의와 의대생들도 지켜줘야 할 후배 의사이자 제자인 만큼 이들이 내몰리는 상황을 방관할 수 없다는 의미다.

특히 의대생이 감수해야 할 희생이 전공의보다 압도적으로 클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들의 삶을 누가 책임질 수 있겠느냐고 했다. 최근 각 의대는 의대생들이 시한 내 복귀하지 않으면 제적 또는 유급 등 학칙에 따라 조처하겠다고 예고했다.

오 교수는 "자유의사로 휴학했다고 했으니 자유의사로 복귀한다면 그것을 막는 일은 없어야 하고, 그런 것을 용인해서도 안 된다"며 "복귀든 아니든 각자의 자유에 따라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 자유를 방해하는 것에 대해서는 더는 동의할 수도, 침묵할 수도 없었다"고 언급했다.

의대생 복귀 비난하는 의대생·전공의 비판한 오주환 교수

강희경 소아청소년과 소아신장분과 교수도 해야 할 일을 했다면서, 성명과 관련한 추가 입장 표명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 교수는 "우리가 의료대란을 겪는 이유는 정부가 의료계를 존중하지 않았고, 의료계도 정부를 믿지 않는 '존중의 결여' 때문 아니었느냐"며 "의료계 내에서도 서로의 자유 의지를 존중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부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세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정부가 잘못된 2천명 증원을 얘기하면서 시작된 일이 아니냐"며 "2천명 증원이 너무 무리였고 잘못됐다는 걸 사과하는, 정부의 책임감 있는 자세를 보여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날 서울의대 교수 4명은 일부 의대생들의 복귀 움직임을 두고 동료 의대생과 전공의들 사이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자 성명을 통해 지난 1년간 대안 없는 반대만을 한 게 아니냐며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이제는 선택할 때라고 역설했다.

성명 발표 후 의료계 내부에선 이를 비판하는 발언도 잇따랐다.

사직 전공의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 겸 의협 부회장은 페이스북에 이 성명을 공유한 후 "교수라 불릴 자격도 없는 몇몇 분"이라고 했고, 의료단체 미래의료포럼도 "전공의들이 수련을 포기하고 병원을 떠나서 있을 때 이들 교수는 어디서 무엇을 했는가"라며 성명 철회를 요구했다.

jand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