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품송 자목' 인기 시들…올해 분양신청 17그루 그쳐

연합뉴스 2025-03-18 16:00:13

보은군 "경기침체·희소성 둔화 원인…분양 중단 등 검토"

(보은=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천연기념물이면서 우리나라 대표 소나무인 속리산 정이품송(正二品松)의 아들나무(자목·子木)에 대한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정이품송

2019년부터 자목을 분양 중인 충북 보은군은 지난 6∼17일 올해 분양 신청을 받은 결과 17그루가 예약되는 데 그쳤다고 18일 밝혔다.

군은 올해 11년 된 아들나무(키 높이 3∼4m, 몸통 지름 7∼10㎝) 300그루를 1그루당 130만원에 분양할 예정이었다.

10여년 전부터 정이품송의 솔방울 씨앗을 발아시켜 자목을 생산하고 있는 보은군은 직영 양묘장(2.3㏊)에 2만여 그루를 보유한 상태다.

2019년 공공기관과 국민을 상대로 분양을 시작해 작년까지 364그루를 판매했다.

분양되는 나무는 수령 10년 이상 된 것으로, 식물 유전자 검사를 통해 정이품송과 99.9% 이상 유전자가 일치한다는 확인서를 받은 경우다.

분양 개시 후 국민적 관심을 받았으나 시간이 갈수록 인기가 시들해졌고, 작년에는 69그루가 판매되는 데 그쳤다.

군 관계자는 "코로나19와 경기침체 등이 시장에 악영향을 미쳤다"며 "시간이 흐르면서 귀한 나무를 손에 넣었다는 희소성이 둔화한 것도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보은군이 재배하는 정이품송 자목들

분위기가 가라앉자 보은군은 자목 분양을 계속할지 고민하는 중이다.

이 관계자는 "일각에서 자목의 외지 반출을 달갑지 않게 보는 여론이 있는 데다, 충북소방교육대 예정지로 결정된 양묘장 이전도 불가피한 상태여서 분양 계획 전반을 재검토할 계획"이라며 "분양 중단 등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은군 속리산면 소재 정이품송은 조선 세조의 어가(御駕) 행렬이 무사히 지나가도록 가지를 스스로 들어 올려 '정이품' 벼슬을 받았다는 전설이 전해오는 나무다.

원래 원추형 자태가 아름다웠는데, 1980년대 솔잎혹파리에 감염되고 연이은 태풍 피해 등으로 가지가 부러져 지금은 제 모습을 상실한 상태다.

bgi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