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창시험·받아쓰기 테스트 등 6개 관문 거쳐 이선화 어르신 최종 선발
"시 '진달래꽃'을 랩으로 불러보고파"…"끈끈한 단합력 기대"
(칠곡=연합뉴스) 황수빈 기자 = "지금부터 수니와칠공주 새 멤버를 뽑는 오디션을 시작하겠습니다."
18일 오전 10시께, 경북 칠곡군 지천면사무소 3층 강당.
이곳에서는 할매 래퍼그룹 '수니와칠공주'의 새로운 멤버를 뽑는 오디션이 열렸다.
이날 도전장을 내민 어르신은 모두 6명.
오디션을 앞둔 어르신들 사이에서는 묘한 긴장감이 맴도는 듯했다.
이들은 모자, 선글라스, 금색 목걸이 등을 착용한 채 무대에 오르기 전 마지막으로 춤과 노래를 연습했다.
무대에 오른 어르신들은 짧은 자기소개를 돌아가면서 했다.
어떤 어르신은 너무 긴장한 탓인지 자기소개를 적어 온 종이를 손에 쥐고 벌벌 떨기도 했다.
오디션의 첫 번째 관문은 받아쓰기.
"애보기해", "웃갓" 등 생소한 랩 가사가 문제로 나오자 여기저기서 어리둥절한 표정을 볼 수 있었다.
예상치 못한 단어에 난관에 봉착한 듯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뭐라꼬?", "뭔소리고" 등의 탄식 섞인 말이 들렸다.
수니와칠공주 멤버들이 사투리가 묻어나는 말투로 문제를 읽으니 난이도는 더 어렵게 느껴졌다.
어떤 어르신은 정답을 알았는지 옆 사람이 볼까 봐 답지를 가려가며 적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글짓기 시험을 치른 후 다음 관문은 가창 시험.
어르신들은 차례로 무대에 올라 준비해온 노래와 춤 실력을 마음껏 뽐냈다.
오승근의 내 나이가 어때서, 현철의 내 마음 별과 같이 등 그들의 긴 세월과 함께해온 노래가 무대에서 이어졌다.
젊은 시절 외웠다면서 노래 대신 김소월 시인의 진달래꽃을 읊는 어르신도 있었다.
그렇게 오디션은 1시간 남짓한 시간이 흐르자 끝이 났다.
칠곡군 직원들은 최종 멤버를 가리기 위해 심사위원이 매긴 점수표를 받아 계산하느라 분주했다.
이날 오디션은 6개 영역으로 치렀다. 과목당 10점, 총점은 60점이다.
점수 계산 끝에 이선화(77) 어르신이 수니와칠공주 신입 멤버로 선발됐다. 오디션에서 떨어진 어르신들은 못내 아쉬운 듯 무대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 어르신은 "건강도 챙기고 마음도 즐겁게 앞으로 무대에서 공연하고 싶다"며 "오늘 무대에서 외운 진달래꽃을 랩으로 불러 보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수니와칠공주 리더 박점순(84) 어르신은 "새로 뽑힌 멤버는 앞으로 우리와 같이 협조해서 잘해주면 최고지"라며 "가자면 가고 오자면 오는 끈끈한 단합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수니와칠공주는 2023년 8월 결성된 8인조 할매 래퍼그룹이다. 지난해 10월 기존 멤버였던 서무석 어르신이 별세하면서 새로운 멤버를 뽑기 위해 이날 오디션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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