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황정우 기자 = 중국 당국이 홍콩 재벌 리카싱 가문이 지배하는 CK허치슨의 해외 항만 사업 매각 거래를 조사하기 시작했다고 블룸버그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소식통들은 반독점 기구인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 등 중국의 여러 기관이 국가 지도급 인사들로부터 잠재적 보안 위반이나 반독점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전했다.
다만 이번 검토가 반드시 모종의 조치로 이어질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라고 이들은 덧붙였다.
블룸버그는 매각 항구들이 모두 중국과 홍콩 밖 지역에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중국 당국이 이 거래를 막기 위해 어떤 수단을 동원할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고 보도했다.
이달 4일 CK허치슨은 미국 자산운용사 블랙록 컨소시엄에 파나마 운하 양쪽의 발보아 항만과 크리스토발 항만을 포함해 전 세계 43개 항만 사업을 190억달러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중국과 홍콩 소재 항구는 매각 대상에서 제외됐다.
CK허치슨은 블랙록과 145일간 독점적으로 협상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으나 거래가 아직 확정되지는 않은 상태다. 이 거래는 CK허치슨 주주들과 파나마 정부 등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거래를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의회 연설에서 파나마 운하 "환수"를 위한 한 걸음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중국 당국은 관변 매체와 홍콩 정치인을 통해 이번 거래에 불만을 드러내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과 중앙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은 CK허치슨을 겨냥해 미국의 압력에 '비굴하게 굽신거리고 있다'는 취지로 비난한 홍콩 관변 매체 대공보의 논평을 지난 15일 공식 홈페이지에 올렸다.
앞서 대공보는 지난 13일에도 논평을 통해 "전체 중국인을 배신하고 팔아넘긴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홍콩 태생으로 홍콩 행정장관을 지낸 렁춘잉 중국 정협 부주석은 이날 페이스북에 조국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재계 리더는 결국 다른 이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고아처럼 끝날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CK허치슨의 중국 본토와 홍콩 내 매출은 전체 매출의 12%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사는 중국 당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전쟁 공세에 맞서 특정 기업들을 상대로 표적 대응을 하는 가운데 나왔다.
중국은 일부 미국 수입품에 상호 관세를 부과하는 한편, 미국의 세계 최대 유전자 분석업체 일루미나를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리스트에 올려 중국으로 유전자 시퀀서 수출을 금지했고, 캘빈클라인 등 브랜드를 둔 PVH사도 블랙리스트에 추가했다.
또 가장 최근에는 중국 납품업체들에 관세 인상으로 인한 비용을 전가하고 있다는 보도와 관련해 미국 월마트 경영진을 소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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