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대감에…뜨거워진 달러 표시 中회사채 시장

연합뉴스 2025-03-18 16:00:02

올해 18조8천억원대 발행…2022년 이후 최대

중국 국기 이미지

(서울=연합뉴스) 주종국 기자 = 한동안 위축돼 있던 중국의 달러 표시 회사채 시장이 점차 살아나고 있다.

중국 정부의 부동산 위기 완화 조치가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데다 딥시크 출시 이후 중국 인공지능(AI) 분야 기술에 대한 낙관론도 힘을 받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8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올해 들어 지금까지 약 130억 달러(약 18조8천760억원) 규모의 달러 표시 회사채를 발행했다. 작년 동기 대비 두 배 수준으로, 2022년 이후 가장 많다.

금융사나 지방 정부와 연계된 기업들이 주로 발행했지만, 부동산 관련 기업 등 수년간 회사채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었던 기업들도 성공적으로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 같은 회사채 시장 부활은 기술 기업들의 AI 관련 분야 경쟁이 치열해지고 당국의 부동산 채무 불이행을 막기 위한 조치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미국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번지면서 투자자들이 다른 투자처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도 요인이 됐다.

DBS 은행의 웨이 량 창 전략가는 "아시아 국가 달러 표시 채권의 희소성과 미국의 정책 리스크를 고려할 때 투자자들은 중국 기업의 회사채 발행을 반기고 있다"면서 앞으로 발행이 더 늘어날 것으로 봤다.

달러 표시 중국 회사채와 미국 회사채 간의 금리차(스프레드)도 많이 줄었다.

블룸버그 집계 결과 최근 2029년 만기 텐센트 홀딩스의 회사채 금리 스프레드는 5년 만에 가장 작았다. 신용도가 낮은 회사채의 평균 스프레드도 7개월 만에 가장 작은 수준이다.

중국 상하이 증권거래소 표지판

프랑스의 자산관리업체 나티시스(Natixis)의 게리 응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거친 바다는 숙련된 선원을 만든다"면서 "달러 표시 중국 회사채 시장에서 살아남은 기업들은 현재 일반적인 신용 위험이 낮으며, 미국 시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으로 인해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지금 중국 회사채가 더 안정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대부분 채무 구조조정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일부 기업은 신규 회사채 발행에 뛰어들고 있다.

부동산 관련 분야 매출 비중이 한때 40% 정도였던 중국 국영기업 베이징 캐피탈그룹은 2021년 이후 처음으로 달러 표시 회사채를 발행했다.

4억5천만 달러어치 발행에 10배나 많은 예약 주문이 몰려 초기 예상치보다 발행 금리가 60bp(1bp=0.01%포인트) 낮아졌다.

게리 응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기업의 회사채 수요 증가와 관련, "외국인 투자자의 복귀 없이는 투자 심리가 진정으로 개선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sat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