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전 후 러시아가 점령해 운영…전력공급난·냉각수 문제 등 지적돼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 방안에 관해 말하며 '발전소'를 잇달아 언급한 것을 계기로, 러시아가 점령한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의 안전 문제에 관심이 쏠린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우크라이나전 발발 이래 3년여간 관리가 부실해지며 안전 문제 발생 확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이 원전 근처 주민들과 이 원전 전·현직 직원들의 우려를 17일(현지시간) 전했다.
자포리자 원전은 우크라이나 자포리자주 에네르호다르에 있으며, 우크라이나 측이 통제하고 있는 자포리자 시(市)로부터 따지면 직선거리로 남서쪽으로 약 45km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침공 여드레만인 2022년 3월 4일에 자포리자 원전을 점령했으며, 이 원전의 실질적 운영·통제권은 우크라이나 국영기업 '에네르호아톰'에서 러시아 국영기업 '로사톰'으로 넘어갔다.
문제는 전력과 물이다.
전쟁으로 원자로와 안전장치 가동을 위한 전력 공급과 원자로 냉각에 써야 하는 물의 공급에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고, 그럴 경우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원자로 6기는 모두 사고 발생 시 피해 규모를 최소화하기 위해 '냉각 상태'로 동작하고 있긴 하지만, 정기적 정비가 필요하며 유엔 산하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현장점검도 받아야 한다.
아슬아슬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게 더타임스의 분석이다.
2023년에 러시아에 점령된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가족과 함께 탈출한 후 이 원전에 근무한 한 고참 엔지니어는 "최근 3년간 장비와 인력의 질에 저하가 있었다"고 말했다.
자포리자 원전의 상징성과 필요성을 감안해 우크라이나 측은 이를 되돌려받아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전쟁 발발 전에는 이 원전이 우크라이나 전력의 20%를 생산했다. 또 전쟁 전에는 에네르호다르 주민 5만3천명 중 1만1천명이 이 발전소에서 일했다.
러시아 로사톰이 발전소 운영을 맡기 시작하고부터는 전직 직원 중 2천명이 근로계약을 체결했고 여기 더해 2천여명이 추가로 채용됐으나 무경험자들이라는 게 우크라이나 측 설명이다.
자포리자 원전으로 들어가는 전력은 우크라이나 측이 공급하고 있으나, 러시아 측이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공격하면서 전력 공급이 중단되는 경우가 잦다.
원전으로 들어가는 4개 전력선 중 3개는 매우 심하게 훼손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 공급이 끊기면 각 원자로에 예비용으로 달린 디젤 발전기를 이용해 냉각수를 순환시켜야 하지만, 이를 너무 자주 쓰거나 제대로 정비가 안 될 경우 제대로 가동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심각한 사고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원전 냉각에 쓰이는 물을 공급해오던 인근 카호우카 저수지는 러시아의 댐 공격으로 2023년 6월부터 물이 없는 상태다.
다만 1986년 체르노빌 사고와는 달리 자포리자 원전은 냉각 상태로 가동되고 있어 설령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인명 등 피해 규모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자포리자 원전은 우크라이나·러시아·미국 등이 벌이고 있는 휴전 협상에서 핵심 협상 대상 중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휴전 논의에 대해 13일 "(논의 사항에) 대형 발전소 문제도 포함돼 있다"고 말한 데 이어 16일에는 "양측간에 '특정 자산의 분할'과 관련한 대화가 이미 진행 중"이라며 "영토와 발전소"가 초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발전소'가 자포리자 원전이라고 명시하지는 않았으나 맥락상 확실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도 지난 16일 미국 CBS 방송에 "우크라이나에 꽤 많은 전기를 공급하는 원자로가 있다. 이 문제는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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