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청, 국가등록문화유산 등록 예고…"식물학 연구 자료로 가치"
부산 범어사 괘불도·국가표준 도량형 유물, 국가등록문화유산 확정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수목원으로 잘 알려진 천리포수목원의 역사를 담은 기록이 국가등록문화유산이 된다.
국가유산청은 '태안 천리포수목원 조성 관련 기록물'을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할 예정이라고 18일 밝혔다.
충남 태안반도 서북쪽 천리포 해안에 자리한 천리포수목원은 미군 장교로 한국에 왔다가 귀화한 고(故) 민병갈(칼 페리스 밀러·1921∼2002)이 1970년 조성한 수목원이다.
전체 규모는 약 58만9천㎡로, 이 중 6만5천㎡의 밀러가든이 일반에 공개돼 있다.
이번에 등록 예고된 기록물은 설립자 민병갈이 작성한 토지 매입 증서, 업무 일지, 식물 채집·번식·관리 일지, 해외 교류 서신, 개인 서신 등이다.
1962년 수목원을 만들기 위해 9천㎡ 규모의 땅을 사들인 가격부터 날짜별로 심은 식물 목록, 식재 위치, 첫눈을 비롯한 기상 기록 등이 남아있다.
채집한 식물의 학명과 장소, 토양 개량법을 실험한 내용 등도 빼곡하다.
미국 농무부, 뉴욕식물원, 영국왕립원예협회, 국제수목학회 등 수목원 업무를 위해 해외 여러 기관과 주고받은 내용도 있어 주목할 만하다.
1970년 민병갈 가옥(해송집)을 짓게 되었다는 소식을 담은 서신도 포함돼 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천리포 수목원의 조성 과정과 상황 등이 비교적 상세히 기록돼 있고, 식물학과 미기후 분야의 연구 자료로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유산청은 예고 기간 30일 동안 각계 의견을 검토한 뒤, '태안 천리포수목원 조성 관련 기록물'의 등록 여부를 확정할 계획이다.
국가유산청은 아울러 '부산 범어사 괘불도 및 괘불함'과 '국가표준 도량형 유물(7합5작 가로긴 목제 되) 등 2건을 국가등록문화유산 목록에 올렸다.
범어사 괘불도는 가로 610㎝, 세로 1천80㎝ 크기의 대형 불화다.
큰 법회가 열릴 때 야외에서 쓴 것으로 추정되며, 그림 하단에 '대한광무 9년'(1905년)에 조성됐다는 사실과 제작에 참여한 승려 16명의 이름이 기록돼 있다.
전통 불화 도상을 기반으로 현대적인 음영 기법을 활용한 점이 돋보인다.
도량형 유물은 가로가 긴 목제 되로, 약 1천350㎤에 해당하는 부피인 칠합오작(七合五勺)을 기준으로 한다. 도량형은 길이, 부피, 무게 등의 단위를 재는 법을 뜻한다.
도량형 유물에는 '평'(平) 자 도장이 남아 있어 의미가 크다.
국가유산청은 "공인기관의 검정을 받았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도장"이라며 "당시의 도량형 운영 체계와 근대기 도량형 및 생활사의 변천을 보여주는 유물"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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