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에 본부 RFE, 연간 예산 1억2천만불…"자체 지원 방안 찾자"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정부 조직을 대대적으로 축소하는 과정에서 권위주의 국가에 정보를 제공하고 미국의 이념을 세계에 전파해온 관영 매체에 대한 지원도 끊으면서 동구권에 서방의 소식과 가치를 전해온 자유유럽방송(RFE)도 직격탄을 맞게 됐다.
유럽은 이번 조치가 "(서방의) 공공의 적을 이롭게 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자체적인 지원 방안 모색에 나섰다고 AFP통신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파울라 피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수석대변인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27개국 외교장관 회의에서 "(미국의 지원이 끊긴) 언론 매체들을 진실과 민주주의, 전 세계 수백만 명의 희망을 밝히는 등불"이라며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에 대단히 중요한데, 이번 결정은 우리의 공통의 적을 이롭게 할 위험이 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RFE는 냉전시대에 소련의 공산주의 체제 선전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의 지원으로 설립된 기관으로, 현재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이란 등의 국가에 서방의 목소리를 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EU 외교장관들은 이날 회동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RFE에 대한 예산 삭감을 의제에 올리고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EU는 미국이 떠난 공백을 자동으로 메우지는 않을 것이다. 똑같은 (지원) 요구를 갖고 우리에게 찾아오는 많은 기관들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 문제를 논의하고,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요구가 큰 만큼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살펴볼 것"이라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얀 리파브스키 체코 외교장관은 회의가 끝난 뒤 "RFE를 계속 운영할 가치가 있다면, 매입 가능성을 포함해 RFE의 미래를 보장하는 방법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995년 독일 뮌헨에서 체코 프라하로 이전한 RFE의 연간 운영비는 1억2천만 달러(약 1천730억원)에 달한다.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교장관은 유럽 이웃 나라들에 민주주의를 촉진하기 위해 설립된 비정부비구(NGO) '유럽 민주주의 기금'의 예산을 인상해 그 돈으로 RFE를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미국 글로벌미디어국(USAGM)의 기능과 인력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포함된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이에 따라 RFE뿐 아니라 언론이 통제되는 북한, 중국 등의 내부 소식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해당 국가에 서방의 소식과 가치를 전해 온 USAGM의 산하 매체인 미국의소리(VOA) 방송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 등도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한 바 있다.
러시아와 중국, 이란 등 권위주의 정권은 서방의 논리에 맞서고 외국 청취자들에게 자국 정부의 입장을 알리기 위해 관영 언론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치로 이란 정부가 금지한 페르시아어 방송 라디오 파르다, 아랍어 방송 알후라 등도 영향을 받게 됐다고 AFP는 전했다.
ykhyun1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