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열풍, 찻잔 속 태풍?…대기업 절반만 ESG위원회 설치

연합뉴스 2025-03-18 08:00:03

리더스인덱스 분석…회의는 분기당 평균 1회도 안 열려

ESG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2020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본격화한 지 4년이 지났으나 국내 대기업의 ESG위원회 설치율은 절반 수준에 그쳤다.

18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361개사를 대상으로 ESG위원회 및 지속가능경영위원회 운영 여부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조사 대상 기업 중 53.7%인 194개 기업만 지난해 관련 위원회를 운영했다. 전년 같은 조사의 175개 기업(48.5%) 대비 소폭 늘었으나 증가세는 둔화하는 추세다.

이들 194개 기업에서 지난해 열린 회의는 총 595회로, 위원회당 연평균 3.8회에 불과했다. 분기당 1회도 열리지 않은 수준이다.

회의에 상정된 안건은 총 1천361건으로 회의당 평균 2.3건 처리됐다. 그러나 이 중 64%인 875건이 단순 보고였으며, 가결이 필요한 안건은 35.7%인 486건이었다.

의결 안건 486건 중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분야와 직접 관련 있는 내용은 16.3%인 79건뿐이었다. 나머지 대부분은 기업 전략이나 주주환원 등 기타 안건이었다.

이와 관련해 리더스인덱스는 "수년간 재계를 강타한 ESG 열풍이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라고 풀이했다.

업종별 ESG위원회 설치율을 보면 4대 금융지주를 포함한 지주사와 이동통신 3사는 100% 운영 중이었다.

이어 공기업 90%, 조선·기계·설비 76.2%, 증권 70%, 상사 및 생활용품 각 66.7%, 서비스 65.2%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철강(21.4%)과 제약(25.0%) 업종에서는 ESG위원회를 운영하는 기업이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ESG위원회를 운영하는 194개 기업에서 활동하는 위원은 총 624명으로, 이 중 78.4%인 489명이 사외이사였다. 사내이사는 21.8%(136명)에 그쳤다.

또 194개 기업 중 99곳은 위원장이 없거나 공시되지 않았다. 위원장이 있는 96곳 중 사내이사가 위원장인 곳은 5곳뿐이며, 나머지 91곳은 사외이사가 위원장을 맡았다.

ric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