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소시지 판매 늘리겠다"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독일 자동차업체 아우디가 2029년까지 일자리 7천500개를 줄이기로 했다고 17일(현지시간) 밝혔다.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SZ)에 따르면 아우디 노사는 이날 생산직을 제외한 사무직 감원 등 구조조정 방안에 합의했다.
노사는 다만 정리해고 대신 명예퇴직 등 방식으로 일자리를 줄이기로 하고 고용안정 협약을 2033년까지 4년 연장했다.
외르크 슐라크바우어 노사협의회 의장은 "사측의 많은 요구를 거절할 수 있었지만 타협도 해야 했다"고 말했다.
독일 내 아우디 직원은 5만4천명, 이 가운데 비생산직은 약 3만명이다. 아우디는 2019년에도 직원 9천500명을 감축하는 대규모 비용절감 프로그램을 도입한 바 있다.
게르노트 될너 아우디 최고경영자(CEO)는 독일 사업장에 80억유로(1조3천억원)를 투자하고 잉골슈타트와 네카르줄름 공장을 전기차 생산라인으로 전환하겠다고 말했다.
독일 자동차업계 전체가 고전하는 가운데 아우디는 중국뿐 아니라 독일에서도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폭스바겐 그룹 산하 다른 계열사보다 더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다. 지난해 독일 판매량이 전년보다 21%, 글로벌 판매량은 12% 줄면서 전기차만 생산하는 미국 회사 테슬라에 처음으로 추월당했다.
아우디는 전기차 수요가 급감하자 지난달 말 Q8 e트론을 생산하는 벨기에 브뤼셀 공장을 폐쇄했다. 이 때문에 브뤼셀 공장에 근무하던 직원 약 3천명도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놓였다.
폭스바겐 노사도 지난해 10월 독일 직원 약 12만명 가운데 3만5천명을 2030년까지 줄이고 독일 공장 10곳 중 2곳에서 생산을 중단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폭스바겐 산하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는 지난해부터 2029년까지 4천명 감원을 목표로 구조조정 중이다.
폭스바겐 그룹은 지난 11일 실적발표에서 지난해 세후 순이익이 전년보다 30.6%, 영업이익이 15.4% 감소했다고 밝혔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업황과 현금흐름 악화 등을 이유로 전날 폭스바겐의 신용등급을 A3에서 Baa1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폭스바겐은 방위산업 진출을 검토하는가 하면 자체 브랜드 소시지 판매를 확대하는 등 자구책에 골몰하고 있다.
폭스바겐 구내식당 책임자 마르쿠스 그라이너는 최근 니더작센주 라디오에 출연해 새로운 버전의 폭스바겐 소시지를 곧 슈퍼마켓에서 판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시지를 썰어 커리 소스와 분말, 마요네즈 또는 케첩을 뿌린 커리부르스트를 집이나 사무실에서 바로 데워 먹을 수 있는 인스턴트 제품으로 팔겠다는 것이다.
폭스바겐은 1973년부터 자체 공장에서 소시지를 만들어 구내식당에 공급하고 본사가 있는 니더작센주 슈퍼마켓에서 팔아 왔다. 최근 불황에 빠진 자동차와 달리 소시지 판매량은 해마다 역대 최다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해 팔린 소시지는 855만2천개로 폭스바겐 그룹 자동차 판매량 903만7천대에 근접했다.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은 "소시지 판매량이 곧 자동차를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이게 회사에 좋은 소식인지 나쁜 소식인지가 유일한 의문"이라고 논평했다.
dad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