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베트 국장 해임 방침에 이스라엘 반발 여론 확산

연합뉴스 2025-03-18 05:00:04

내각, 19일 대규모 시위 예고되자 해임안 표결 18일로 앞당겨

굳은 표정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국내 정보기관 신베트를 이끄는 로넨 바르 국장의 해임을 추진하자 이에 반발하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현지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바르 국장 해임 안건에 대한 내각 표결이 예정됐던 오는 19일 시민단체 다수가 예루살렘 정부 청사 앞에서 총리 관저 앞까지 행진하며 대규모 시위를 열 계획이다.

일부 시민들은 이미 네타냐후 총리 관저 앞에 자리를 잡고 농성을 시작했다.

시민단체 '호프시 바르체누'의 에란 슈워츠는 "총리 측근 인사를 수사하는 신베트 국장을 해고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연립정부가 이스라엘을 완전히 망가뜨리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간기업 노동자단체 이스라엘비즈니스포럼은 "국가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견제자를 총리가 해고하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텔아비브에 있는 헤르츨리야히브리고등학교의 제에브 데가니 교장은 교사들에게 편지를 보내 "총리가 법을 어기고 나라를 독재로 몰고 가고 있다"며 오는 19일 수업 취소 방침을 밝히고 시위 참여를 독려했다.

이에 요아브 키시 교육장관은 "학생들을 정치적 시위에 내보내는 것은 의무교육법의 심각하고 직접적인 위반"이라며 이 학교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 시민단체는 법원에 바르 국장 해임안 표결을 멈춰달라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네타냐후 총리는 표결을 오는 18일로 하루 앞당겼다. 이는 바르 국장 해임 여부에 따라 시위가 과열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결정으로 보인다.

로넨 바르 신베트 국장

이스라엘 총리실은 전날 "네타냐후 총리가 바르 국장을 만나 이번 주에 임기 종료를 위한 제안서를 정부에 제출할 것임을 알렸다"고 밝혔다.

바르 국장은 가자지구 전쟁을 촉발한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기습 공격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책임을 두고 내각에 화살을 돌리며 네타냐후 총리와 갈등해왔다.

신베트는 지난 5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하마스가 부상하고 공격을 감행하게 된 주된 원인은 하마스가 강화되도록 한 (이스라엘 내각의) 온건한 정책, 하마스 군사조직에 대한 카타르의 자금 지원, 이스라엘 정보조직의 침식, (팔레스타인인) 수감자에 대한 처우 등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또한 신베트가 최근 경찰과 함께 네타냐후 총리의 주변 인사들이 하마스와 가까운 카타르에서 거액의 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 관련 수사를 맡게 되자 네타냐후 총리는 결국 '이해 상충' 논란에도 불구하고 해임 추진을 강행하고 나섰다.

d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