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고척 롯데전에서 박세웅 상대로 밀어 쳐 담장 넘겨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 외야수 박주홍(24)은 팀에 있어서 '아픈 손가락'이다.
키움은 2017년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2018년 안우진(군 복무) 등 1차 지명에서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를 꾸준히 뽑았던 팀이다.
장충고를 졸업하고 2020년 1차 지명으로 입단한 박주홍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까지 1군에서 5시즌 통산 타율 0.151, 33안타, 10타점에 그쳤고 홈런은 하나도 치지 못했다.
퓨처스리그에서는 꾸준히 출전하며 중장거리 타자로 기대감을 키웠지만, 1군에만 올라오면 작아졌다.
그래서 비록 시범경기라도 1군에서 첫 홈런을 친 박주홍의 눈빛에는 여러 감정이 요동쳤다.
박주홍은 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시범경기에서 2회 선두타자로 등장, 롯데 선발 박세웅을 상대로 홈런을 때렸다.
1-1로 맞선 상황에서 그는 박세웅의 바깥쪽 높은 속구를 간결한 스윙으로 밀어 쳐 왼쪽 펜스를 훌쩍 넘겼다.
경기 후 만난 박주홍은 "행복하다"면서 "시범경기 목표로 잡은 게 인플레이 타구를 늘리는 것이었다.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어야 결과도 나온다. 풀카운트라 간결하게 스윙했는데 홈런이 나왔다"고 기뻐했다.
기술적으로는 오른발을 들고 스윙하던 걸 그대로 고정하는 변화를 택했다.
박주홍은 "다리를 들고 쳤는데, 일단 공을 맞혀야 하니까 그냥 다리를 바로 찍고 치는 거로 바꿨다"면서 "오타니 쇼헤이(로스앤젤레스 다저스) 타격 자세를 보고 연습했다"고 설명했다.
박주홍의 이번 시범경기 성적은 타율 0.286(21타수 6안타), 1홈런, 3타점이다.
지금 성적이라면 개막전 선발 출전은 몰라도 엔트리 한자리에 들어가기에 부족함이 없다.
박주홍은 "올해 시범경기에서 그렇게 잘한 건 아니라도, 예전과는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준비한 것을 믿고 계속 잘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키움은 올해 시범경기에서 예상을 깨고 선전을 이어간다.
박주홍의 역전 결승 홈런을 앞세운 키움은 이날 롯데를 4-3으로 잡고 시범경기 5승(1무 3패)째를 수확했다.
박주홍은 "저처럼 예상에 없던 선수들이 튀어나온다면 우리 팀은 더 잘할 것"이라고 키움의 반등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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