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사업 하다 아내 등 3명과 지난달 1일 체포돼…딸, 석방 호소
(서울=연합뉴스) 유창엽 기자 =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실질적으로 통치하는 아프가니스탄에서 교육사업을 하다가 한 달 보름 전 체포돼 감금된 70대 영국인 남성이 영양실조 등으로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AFP통신과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영국인 피터 레이놀즈(79)의 딸 사라 엔트위슬은 전날 한 영국 매체에 "아버지가 흉부 및 두 눈이 감염된 데다 영양상태 부실로 소화불량도 앓고 있다고 전해 들었다"며 "의료적 조치가 즉각 이뤄지지 않으면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
엔트위슬은 아버지가 감금되기 전에 경증 뇌졸중을 앓아 알약을 복용해야 한다면서 아버지는 물론 함께 감금된 어머니 등의 석방을 탈레반 당국에 호소했다.
그는 이어 아버지가 감금 상태에서 구타를 당하고 족쇄가 채워져 엄청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당초 같은 장소에 갇힌 부모님이 현재는 서로 떨어져 있어 고통이 더 심해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레이놀즈는 아내(75)와 함께 지난달 1일 중부 바미안주(州)에 있는 자택을 찾았다가 당국에 체포됐다.
당시 그의 중국계 미국인 친구와 아프간인 통역도 붙잡혔다.
영국의 한 대학에서 처음 만난 뒤 1970년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결혼한 레이놀즈 부부는 30년 후 아프가니스탄으로 돌아와 교육사업체를 설립했다. 이후 18년간 아프간 내 학교에서 훈련 프로젝트를 운영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부부는 2021년 8월 탈레반이 미군 철수 후 두 번째로 집권해 여성 교육을 제한하는 등의 조처를 할 때도 교육사업을 지속했다.
레이놀즈 부부의 체포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딸 엔트위슬은 부모가 자녀를 둔 현지 어머니들에게 양육기술을 가르쳤기 때문으로 의심한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탈레반 당국은 레이놀즈 부부가 교육사업을 하면서 선교활동을 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지만 부부는 이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말 탈레반 정부의 내무부 관계자는 레이놀즈 일행의 억류 사실을 확인하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영국 외무부의 한 대변인은 AFP에 "우리는 아프가니스탄에 억류된 영국인 2명의 가족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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