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벤더사 이원화 전략…한화세미텍 추가 수주 가능성도
한미반도체, 자사주 매입·고객사 언급 등 적극 대응 나서
(서울=연합뉴스) 강태우 기자 =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 메모리(HBM) 제조 공정의 필수 장비인 'TC본더'의 벤더(공급업체) 이원화 작업에 속도를 내면서 장비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HBM용 TC본더 시장의 '터줏대감'인 한미반도체는 후발주자인 한화세미텍의 시장 진입과 확대를 두고 견제 수위를 높이며 신경전을 펼치는 모습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곽동신 한미반도체 대표이사 회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후발업체인 ASMPT, 한화세미텍과는 상당한 기술력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ASMPT도 그랬듯이 이번에 SK하이닉스로부터 수주받은 한화세미텍도 결국 유야무야, 흐지부지하게 소량의 수주만 받아 가는 형국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최근 한화세미텍이 SK하이닉스로부터 HBM용 TC본더 장비의 퀄테스트(품질 검증)를 최종 통과하고, 210억원 규모의 공급계약을 맺은 것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TC본더는 인공지능(AI) 반도체용 HBM을 제조하는 데 필요한 핵심 장비다. HBM은 D램을 여러 개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만드는데, D램에 열과 압력을 가해 고정하는 공정에 TC본더가 쓰인다.
SK하이닉스는 그동안 시장 주류이자 HBM 5세대인 'HBM3E 12단' 제조 공정에 한미반도체 장비를 전량 사용해왔으나, 이번 공급계약으로 10대 안팎의 한화세미텍 장비를 받으며 벤더사 이원화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말 SK하이닉스가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한화세미텍과 싱가포르 반도체 장비업체 ASMPT를 두고 테스트를 진행했고, 최종적으로 한화세미텍을 선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반도체가 여전히 9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한화세미텍이 SK하이닉스의 HBM 핵심 고객사인 엔비디아의 공급체인에 합류하게 되면서 한미반도체의 독점 지위가 흔들리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한화세미텍이 올해 SK하이닉스가 구매할 것으로 예상되는 60∼80여대의 TC본더 물량 중 30대 이상을 공급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한미반도체는 자사주의 잇단 취득과 함께 주요 고객사를 직접 언급하며 자사 장비 경쟁력을 자신하고 있다.
곽 회장은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 등 전 세계 고객사를 보유하고 있다"며 "45년의 업력과 120여건에 달하는 HBM용 장비 특허, 세계 최대의 HBM TC본더 생산능력(캐파)을 바탕으로 올해 TC본더 300대 이상의 출하를 차질 없이 진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한미반도체는 캐파 확대를 위해 올해 4분기 완공을 목표로 인천 서구에 총 8만9천530㎡ 규모의 반도체 장비 생산 클러스터 구축에 나선 상태다.
한편 한화세미텍 역시 이번 공급 계약을 계기로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삼남인 김동선 한화세미텍 미래비전총괄(부사장)은 지난달 한화세미텍이 처음 참가한 국내 최대 반도체 박람회 '세미콘 코리아 2025' 현장에서 "HBM TC본더 등 후공정 분야에선 후발주자에 속하지만, 시장 경쟁력의 핵심은 오직 혁신 기술"이라며 "차별화된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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