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실패를 제도 탓으로 돌려"…개헌 논의에 '신중론' 제기

연합뉴스 2025-03-17 13:00:02

경실련, '비상계엄 이후 정치개혁과 개헌' 토론회

경실련, '비상계엄 이후 정치개혁과 개헌을 논하다' 토론회

(서울=연합뉴스) 김준태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개헌에 대한 논의가 분출하는 가운데 알맹이 빠진 무분별한 개헌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7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비상계엄 이후 정치개혁과 개헌을 논하다'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경실련 정부개혁위원장인 신현기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는 "개헌 주장은 정치의 실패를 제도 탓으로 돌리는 심리적 알리바이 구실을 했다"며 무작정 개헌에 나서기보다는 대통령이 다양한 정치행위자들과 소통하고 협력하는 관행을 만드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병규 동의과학대 경찰경호행정과 교수도 "헌법 개정 없이 얼마든지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는데도 정치로부터 초연해야 할 헌법을 정치의 한가운데로 끌어들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개헌이 필요하다고 보는 토론자들도 충분한 논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 정치개혁위원장인 하상응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 환경의 변화에 따라 개헌 논의가 진행되는 것 자체는 문제 될 것 없다"면서도 "개헌 논의에 앞서 정치권의 문제가 '낡은' 1987년 헌법의 결함에서 비롯되는지, 새 헌법이 제정되면 지금보다 더 나은 정치환경이 만들어질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장승진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와 선거 일정에 얽매이지 않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헌법 질서의 틀을 새롭게 짜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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