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매체, 트럼프 'VOA 축소 명령' 환영…"역사의 쓰레기통으로"

연합뉴스 2025-03-17 12:00:07

VOA·RFA 등 관할 정부기구 축소 행정명령…中관영지 "거짓말 공장 사라져"

미국 워싱턴DC의 미국의소리(VOA) 방송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 중국 등 권위주의 국가에 대해 비판적으로 보도해온 미국의소리(VOA) 방송 등을 관할하는 정부 기구 축소를 명령하자 중국 관영매체는 '거짓말 공장'이 사라지게 됐다며 환영했다.

인민일보 계열 영문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17일 논평에서 "VOA는 갈등과 사회 분열을 조장하고 체제 변화 시도에까지 참여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고, 화평연변(peaceful evolution·사회주의 국가의 체제 변화를 유도하는 전략)을 위해 미국이 세심하게 주조한 선전 도구로 세계 무대에서 악명을 얻었다"며 "이른바 자유의 등대라는 VOA는 이제 자기 정부에 의해 더러운 누더기(dirty rag)처럼 버려졌다"고 했다.

중국 관영매체가 이 같은 직설적 비난을 하는 것은 VOA가 중국의 위구르족(신장자치구) 인권 침해나 공세적인 남중국해 행동, 대만에 대한 위협, 홍콩 민주화 시위 진압 등 문제부터 코로나19 기원설과 중국 제조업의 '과잉 생산' 같은 최근 이슈까지 중국 당국의 공식 입장에 반하는 기사를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글로벌타임스는 이런 문제들을 하나씩 열거한 뒤 "중국에 대한 거의 모든 악의적 거짓말에는 온통 VOA의 지문이 있다"면서 VOA를 '거짓말 공장'이나 '선전 독극물'로 지칭하기도 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자 최근 미국의 각종 정부 기관 축소를 주도하고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VOA를 두고 "아무도 더는 그들의 말을 듣지 않는다"고 한 언급을 소개하며 "아마도 미국 정부는 이런 철 지났고 비효율적 기관에 막대한 국가 기금을 계속 낭비하는 것이 최선의 국익이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을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타임스는 "냉전 시기에 힘을 얻은 '인지전' 도구 VOA 같은 기관들의 처지는 오늘날의 다극화 세계에 그들이 존재해선 안 된다는 의미"라며 "VOA든 반(反)중국 싱크탱크들이든 예산 삭감과 해고, 심지어 완전한 폐쇄는 피할 수 없는 결과로, 이로 인해 그들은 결국 역사의 쓰레기통으로 쓸려 들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현지시간) VOA와 자유아시아방송(RFA) 등을 운영하는 미국의 독립적 정부 기관 글로벌미디어국(USAGM)의 기능과 인력을 최대한으로 축소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VOA는 독일 나치 정권의 선전에 대항하기 위해 1942년 설립됐으며 이후 세계 다른 지역으로 영역을 넓혀 매주 3억6천만 인구에 48개 언어로 소식을 제공했다. 또 다른 USAGM 산하 매체 RFA와 함께 북한·중국 등의 내부 소식을 국제 사회에 알리고 미국 입장을 선전하는 역할을 해왔다.

x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