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어원이 2013년 낸 작은 책자『기자를 위한 신문언어 길잡이』는 '쉬운 말 쓰기'라는 항목을 둬 몇몇 단어의 고쳐쓰기를 권고합니다. 함께 따라가 봅니다. 기자만을 위한 길잡이가 아니거든요. 누구나 참고할 만한 내용입니다.
미국에서 만들었다고 하는 미제가 아니라 아직 일이 끝나지 않았다는 미제(未濟). 이 낱말에 대해 책자는 수사 용어로서, 아직 해결하지 못한 사건을 가리킬 때 쓴다고 짚습니다. 그러고는 말뜻이 바로 드러나는 '미해결' 정도로 바꿔 쓰는 것이 좋겠다고 합니다.
다음은 미증유(未曾有)입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있어 본 적이 없는 경우에 쓰는 말입니다. 어려운 한자로 느껴집니다. '일찍이 없었음'이나 '유례없음'으로 고쳐 써봅니다.
폄하(貶下), 폄훼(貶毁)는 또 어떻습니까? 폄하는 깎아내림, 폄훼는 헐뜯음으로 각각 바꾸어 쓰자는 것이 책자의 제안입니다. 이번 기회에 두 단어가 다른 뜻임을 새깁니다. 책은 덧붙입니다. 헐뜯는 행위에는 깎아내리는 행위가 포함되지만, 깎아내리는 행위에는 헐뜯는 행위가 포함되지 않을 수 있다고요. 쉽지 않은 설명이지만 염두에 두겠습니다.
희화화(戱畵化)한다는 말도 드물지 않게 만납니다. 한자어가 말을 줄이는 유력한 수단이기에 생기는 일입니다. 그러나 웃음거리로 만들다, 우스개로 만들다 등으로 바꿔 쓰는 것이 좋겠다고 합니다.
끝으로 영어(囹圄)의 몸입니다. 영어는 죄인을 가두어 두는 곳입니다. 한때 형무소라고 부르다가 현재 '교도소'로 고쳤다고 하면서 감옥이 비슷한 말이라고 사전은 가르칩니다. 감옥의 몸은 도대체 무슨 말법을 따른 것일까요? 조금 길어진대도, 풀어서 쓰는 게 바람직합니다. '옥에 갇힌 몸'을 책자는 제시합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국립국어원, 기자를 위한 신문언어 길잡이, 2013, p.65-69
2.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온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