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 불면증으로 생존 어려워…친생 부모 유전자 정보 절실"
"아동권리보장원은 친생부모의 연락처 알려줄수 없다는 입장"
1987년 갓난아기 상태로 프랑스에 입양간 장성탄씨 부인의 편지
[※ 편집자 주= 이 기사는 1987년 갓난아기 상태에서 프랑스로 입양 간 장성탄 씨의 부인이 몽테뉴해외입양연대를 통해 연합뉴스에 보내온 편지 내용을 다뤘습니다. 장씨는 유전병인 '치명적 불면증[FFI)'에 걸린 것으로 보이며, 생명이 위험한 상태입니다. 독자들의 편의를 위해 긴 편지 내용을 약간 축약했습니다. 이와 관련한 인터뷰 기사가 [삶] "국가가 보낸 입양아 죽어가는데…국가 수수방관, 말이 되나요"[http://www.yna.co.kr/view/AKR20250315029300546?section=search]라는 제목으로 동시 송고됐습니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선임기자= 마티유 성탄 푸코(38, 한국이름 장성탄) 씨는 한국에서 태어나 4개월 만인 1987년 4월 프랑스로 입양된 사람이다.
현재 그는 잠을 못 자는 '치명적 불면증(FFI, Fatal Familial Insomnia)'이라는 희귀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근본적 치료가 안 되고 결국 생명을 잃게 된다고 한다.
장 씨가 정확한 질환 진단과 함께 치료 등에 대한 국가적 지원을 받으려면 가족성 유전 질환인지 여부를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친생부모의 유전자 검사 결과가 필요하다고 한다.
장씨와 부인 로리안 시몬(41) 씨는 한국의 친생부모에게 연락해서 유전자 정보를 확보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는 한국의 아동권리보장원(NCRC)으로부터 친생부모의 전화번호와 주소 등 인적정보를 받아야 가능한 일이다. 그래야 친생부모에게 연락해서 도움을 요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아동권리보장원은 입양특례법 36조에 따라 친생 부모의 동의 없이 인적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로서는 장씨가 친생부모의 유전자 정보를 확보하기는 어려운 상태다.
몽테뉴해외입양연대(대표 배진시)는 지난 12일 서울 중구 아동권리보장원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 단체는 성명에서 "자신을 낳은 친생부모에게 유전정보 제공을 요청하는 것이 도대체 얼마나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인가"라고 물으면서 "이런 요구를 당국이 거부하는 것은 비인간적이고 비상식적인 행위"라고 했다.
이 단체는 "정부와 우리 사회는 입양인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면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존중해야 국가와 사회에 대한 믿음이 생긴다"고 했다.
아래 내용은 장씨 부인이 몽테뉴입양연대를 통해 연합뉴스에 보내온 편지의 내용이다. 독자들의 편의를 위해 긴 편지 내용을 약간 축약했다.
<입양인 장성탄 씨의 부인 로리안 시몬 씨의 편지내용>
남편 장성탄(Jang Sung-Tan)은 1986년 12월 23일 대한민국 이리시(지금의 익산시)에서 태어났으며, 1987년 4월에 프랑스로 입양됐습니다. 프랑스에서 그의 이름은 마티유 성탄 푸코입니다.
남편의 양부모님은 모두 프랑스인이었고 훌륭한 분이었습니다. 남편은 중산층 가정에서 안정적인 삶을 살았습니다.
남편은 2024년 8월 22일, 한국의 아동권리보장원에 처음 연락했습니다. 그는 극심한 불면증을 겪고 있으며, 최대 21일 동안 단 한 순간도 잠을 자지 못하는 극단적인 불면증(수면 부족으로 인한 치명적 불면증 또는 Morvan 증후군의 가능성)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당시 남편은 비교적 정상적으로 의사 소통이 가능했고, 지금처럼 심각한 상태는 아니었습니다. 그의 건강은 몇 달 만에 급격히 악화됐습니다.
현재 남편은 혼수상태에 빠진 것은 아니지만, 때때로 의식을 잃은 듯한 상태(코마 상태)를 보입니다. 자신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종종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하거나 환각(후각 및 청각적 환각), 망상 등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는 현실과 단절된 상태입니다.
그의 불면증은 2024년 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처음에는 1주일에 하루 정도였지만 점차 늘어나면서 2일, 3일 연속 잠을 자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 점점 줄었고, 2024년 7월 이후에는 낮잠도 전혀 자지 못했습니다. 남편에게는 과도한 발한, 배뇨 장애, 삼킴 곤란, 심장 박동 이상, 근육 경련, 이명(귀에서 소리가 들리는 증상), 그리고 점점 심해지는 범불안 장애 등의 증상도 나타났습니다.
남편은 인지 장애를 겪고 있으며, 간단한 일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올해 1월 초, 그는 두 차례 장을 보러 갔지만, 마트에서 극심한 불안감을 느꼈습니다. 그는 "무엇을 사야 할지 몰라서 그냥 마구잡이로 샀다"라고 했습니다. 집에 돌아와 보니 같은 물건을 네 개씩 사거나, 수많은 통조림을 구입하는 등 평소와 다른 소비 패턴을 보였습니다. 그는 더 이상 일상적인 일들을 체계적으로 수행할 수 없으며, 기억력 저하와 방향 감각 상실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남편이 겪고 있는 것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합니다. 이 고통을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그 실상을 믿기조차 어려울 것입니다
그는 원래 매우 활발하고, 다재다능하며, 신체적으로 건강하고, 체계적인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그런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의 생물학적 부모의 유전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면, 이 병이 유전적 원인인지 더 정확히 조사할 수 있습니다. 치명적 불면증 FFI는 매우 희귀한 질환이기 때문에 진단이 어렵습니다. 일반적으로 가족력 정보 없이 이 병을 진단하는 경우는 병이 말기에 접어들었거나 사후 부검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현재 우리는 그의 유전자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데, 확진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는 사회적 지원을 요청할 수 없습니다. 생물학적 부모의 유전자 정보가 확보된다면, 가족력 여부를 확인하고, 보다 신속하게 정확한 진단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 해당 유전자 변이가 발견된다면 병의 진행을 늦추는 임상 시험에도 참여할 가능성이 생깁니다. 이 질병은 현재 치료법이 없지만, 공식적 진단을 받으면 남편이 더 나은 의료 지원과 완화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저는 상업 및 경영학을 전공했으며, 피아노 음악원 교육과 의료 분야의 교육도 받았습니다. 원래 의료 분야에서 일했으나, 지금은 남편을 돌보기 위해 직장을 그만뒀습니다. 저 자신도 건강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남편은 석공 및 목수 자격증을 가지고 있으며, 프랑스 전역의 문화재 복원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특히 노트르담 대성당 복원에 기여했고, 고풍스러운 벽난로를 복원하는 일도 했습니다. 그의 손은 마치 황금 같았습니다.
그는 특별한 사람이었으며, 조용하지만 항상 가족을 위한 작은 배려를 잊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아이들, 아내, 부모님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우리는 단순한 삶을 꿈꿨습니다. 자연 속의 작은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예술, 음악, 스포츠를 즐기며 조용하고 행복한 삶을 살고 싶었습니다. 남편은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꿈은 완전히 부서졌습니다. 성탄은 저와 아이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입니다.
우리 자녀들 이야기를 추가하고자 합니다.
만약 남편이 불행히도 치명적 불면증 FFI를 앓고 있으며, 그것이 가족성 질환이라면 우리 아이들은 50%의 확률로 유전자 변이를 보유할 위험이 있습니다. 그중 90%는 성인이 되었을 때 이 끔찍한 병이 발현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면. 만약 남편이 앓고 있는 것이 산발성 치명적 불면증 SFI(Sporadic Fatal Insomnia)이라면, 이 병이 유전적으로 전달되는지 여부를 저는 전혀 알지 못합니다. 사실, 이 질병들은 너무나 희귀해서 이에 대해 확실한 답을 내릴 수 있는 사람도 거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에게도 위험이 있을 가능성은 존재합니다.
만약 남편의 가족력에 대해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즉 그의 생물학적 부모 중 한 분이라도 치명적 불면증 FFI를 앓았다는 사실을 우리가 미리 알았다면 우리는 더욱 신중했을 것입니다. 아이를 갖지 않거나, 체외수정을 통해 유전자 변이를 보유하지 않은 건강한 배아를 선택하여 아이를 가졌을 것입니다. 그렇게 했다면 우리 아이들은 이 끔찍한 위험을 짊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keunyoung@yna.co.kr